“꼭 탈출하시길”… 박원순 피해자, 전보요청 메시지 공개

입력 2020-08-17 18:06
한국여성의전화 제공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의 지원단체가 비서실 재직 당시 피해자가 텔레그램으로 상사에게 전보를 요청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피해자로부터 전보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서울시 관계자들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는 17일 입장문을 내고 “피해자는 4년 동안 20여명의 관계자에게 고충을 호소했다”며 김주명·오성규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 등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들 단체는 “서울시청 6층의 시장실 관계자 일부가 피해자와 주고받은 텔레그램 내용 전체를 삭제하거나 텔레그램에서 탈퇴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있다”며 피해자가 과거 시장실 관계자들에게 고충을 호소했던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피해자는 2017년 6월에 “1월까지는 있게 될 것 같다” “그때는 무슨 일이 있어도 시장님 설득시켜 주시고 꼭 인력개발과에 보내주신다고 하신다” 등의 담당 과장과 면담 내용을 상사에게 알렸다.

그러자 해당 상사는 “1월에는 원하는 곳에 꼭 보내주겠다” “마음 추스르시고 화이팅” “이번엔 꼭 탈출하실 수 있기를” 등의 답변을 보냈다. 피해자로부터 지속적인 인사이동 요청이 있었음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피해자는 같은 해 10월 25일 “실장님께서 남아주면 좋겠다고 하신 상태라 고민이 많이 된다”는 말을 인사 담당 주임에게 전했다.

피해자 측 변호인 등으로 구성된 두 단체는 “수많은 비서실 근무자들이 피해자의 성고충 관련 호소와 전보 요청 관련 대화에 연결되어 있음에도 역대 비서실장이 나서서 ‘몰랐다’고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박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방조 혐의로 고발된 오성규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은 17일 경찰에 출석해 5시간의 조사를 받았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방조 혐의로 고발당한 오성규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이 17일 오후 조사를 마치고 서울지방경찰청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 전 비서실장은 입장문을 내고 “고소인이나 제3자로부터 피해 호소, 인사이동 요청을 받은 적이 전혀 없으며 비서실 직원들 누구도 피해 호소를 전달받은 사례가 있다고 들은 적 없다. 서울시 관계자들이 방조하거나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주장은 정치적 음해”라고 주장했다.

지난 13일 같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김주명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도 “성추행을 조직적으로 방조하거나 묵인하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