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 비상… 폐쇄… 코로나19 재확산에 업계 ‘패닉’

입력 2020-08-17 18:04 수정 2020-08-17 20:19
스타벅스는 16일부터 서울과 경기 지역 내 전 매장의 좌석을 다시 30% 줄이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업계가 ‘패닉’이다. 최근 서울과 경기 지역 교회 등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유통·외식업계는 초긴장이다. 제조업체는 사업장 폐쇄에 비상이 걸렸다. 정유·항공업계 실적 반등도 감감하다.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은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앞다퉈 원격근무로 전환하고 있다.

유통·외식업계는 지난 연휴 커피숍, 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자 소비심리가 다시금 얼어붙는 게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 쿠팡 배송센터 등이 코로나19 확진자 방문 등으로 휴점했다가 영업을 재개했다. 스타벅스는 16일부터 서울시와 경기도 지역 모든 매장의 좌석을 30% 이상 축소 운영하고, 테이블 간격을 1~2m로 재배치했다.

유통업계는 장마 이후 시작된 폭염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소비자가 늘 것으로 기대했으나 코로나19 확산세를 걱정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매일 방역을 하고 있어 확진자가 다녀가도 2차 감염까지 번지진 않지만 확진자의 방문 사실만으로도 피해가 오니 긴장된다”고 했다.

유통·외식업계는 직원들의 개인위생 점검부터 매장 내 방역 등에 더욱 신경 쓰고 소비자들에게도 마스크 착용 및 손소독제 사용 등 개인위생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들어 긴장이 느슨해지고 또 비가 많이 오면서 실내로 사람이 몰렸다”며 “앞으로 환자가 더 많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확진자가 나온 LG 서울역 빌딩 로비.

삼성과 LG 등 국내 제조업체에도 비상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동시다발적으로 나오면서 사업장 폐쇄가 다시 현실화되고 있다. LG전자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다. LG전자에 따르면 서울 중구에 있는 본사 근무 직원 1명이 발열 증상을 보이다가 16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LG전자 측은 직원이 근무한 10층에 방역 조치를 한 후 오는 19일까지 폐쇄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경기도 화성 반도체 사업장에서 협력사 직원이 지난 14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생산 차질이나 피해는 없었지만 삼성전자는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해 방역하고 접촉 의심 직원도 자택 대기 조치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코로나19 관련 회사 지침을 철저하게 따라고 있다”며 “확진자가 급증해 다들 긴장하고 있을 것”이고 말했다.

전날 LG디스플레이 경기도 파주 사업장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해당 직원은 확진자의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 격리 중인 상태에서 검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급속히 재확산하면서 어느 사업장이나 추가 확진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생산 차질을 막기 위한 철저한 예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가항공사 자동 체크인 코너가 한산하다. 연합뉴스

국내 여행 회복에 사활을 걸고 있던 저비용항공사(LCC)업계는 공포에 질렸다. 김포 확진자가 2박3일 제주여행을 다녀온 게 드러나는 등 국내 여행의 위험성이 부각되면서 가까스로 개선됐던 여행심리가 다시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LCC업계 관계자는 “관광 수요가 3분기부터 회복된다는 것을 전제로 비인기 노선까지 동원해 운항 일정을 짰는데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정유업계도 울상이다.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여파 속에 여행 수요 급감으로 항공유 판매가 부진하면서 정유사들이 역대 최대 수준의 적자를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인천석유화학의 경우 올해 상반기 항공유 매출은 3254억원으로 작년 상반기(8357억원) 대비 61% 감소했다. 에쓰오일(S-Oil)은 올해 상반기 항공유 매출이 7957억 원으로 작년 동기(1조4066억원) 대비 43.4% 감소했다.

정유업계는 하반기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지만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은 그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전문가들은 항공 수요 부진이 실적 개선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2차 유행이 확산하는 분위기여서 국제선 여객 수요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재택근무 중인 SKT 직원. SKT 제공

회사원들은 다시 집에서 일을 하게 됐다. SK텔레콤은 다음 주까지 재택근무를 권장하기로 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17일 “코로나19 재확산 예방과 구성원, 가족, 사회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전 직원 재택근무를 23일까지 권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해당 기간 중 모든 회의는 비대면으로 하고 사내 공용시설 운영도 잠정 중단한다.

KT도 23일까지 수도권과 부산지역 직원들 위주로 재택근무에 돌입하기로 했다. 다른 IT 업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네이버는 18일부터 2주간 원격근무 체제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네이버 관계자는 “회사 인근에서 코로나19 감염이 다시 급증해 앞으로 2주간 주 2회 출근하기로 했다”며 “지역 감염 추이를 주시하면서 대응 수준을 계속하여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카카오는 지난 14일부터 다시 원격근무에 돌입했다. 직원 중 확진자는 없지만 예방 차원에서 결정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 판교 오피스 인근 건물 내 입점한 상가에서 확진자가 발생했고 카카오 크루들의 생활권과 밀접한 인근 지역으로 판단돼 예방 차원에서 원격근무 체제로 긴급 전환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업계에 재택근무가 다시 도입될 조짐이다.

강주화 안규영 김성훈 정진영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