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OTT 서비스, 영화수입배급사와 충돌하는 이유

입력 2020-08-17 18:02 수정 2020-08-17 18:04
영화수입배급사협회 VOD 시장 전망과 대책 공청회. 협회 제공


앞서 왓챠·웨이브·티빙 등 국내 OTT의 저작권료 배분 방식에 반발하며 서비스 중단을 결정했던 사단법인 영화수입배급사협회가 왓챠 대응에 유감을 표하며 17일 2차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앞서 왓챠는 “구독형 월정액 온라인동영상 서비스로 IPTV 서비스 이후 콘텐츠 권리사가 수익을 추가로 창출할 수 있는 플랫폼의 역할을 함과 동시에 엄격한 정산 시스템을 통해 공정하고 투명한 정산을 해왔다”며 “협회의 주장이 왓챠에 구독형 OTT 모델 자체를 버리고, IPTV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협회는 이 같은 왓챠의 입장에 유감을 표하면서 “서비스 중단 결정은 변화하는 디지털 유통시장에서 콘텐츠 저작권자로서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대응이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바”라고 운을 뗐다.

협회가 초점을 맞추는 것은 구독형 서비스 자체가 아닌 정산 방식과 콘텐츠 간 형평성이었다. 협회는 “왓챠는 투명하고 공정한 정산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권리사가 왓챠로부터 받는 정산서는 왓챠 이용자들의 총 시청 시간과 영화 한 편의 시청분수가 표시된 문서”라면서 “왓챠의 정산 문서에 표기된 시청 시간과 시청분수에 대한 근거는 오직 왓챠만이 확인할 수 있고 만약 실수로 숫자가 잘못 표기된다 하더라도 콘텐츠 제공사는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국내 웹하드조차 콘텐츠 제공사에 정산페이지를 제공하며 해당 콘텐츠의 매출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해시값과 DRM 등이 적용돼 저작권 보호 여부까지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수익 정산에 대해서는 “매출의 40~55%가 정산된다는 가정하에 다른 플랫폼에서 2500원에 판매됐을 때 저작권자는 건당 약 1000원 정도를 정산받는다. 이와 비교해 왓챠에서 영화 한 편의 건당 평균 정산 금액은 대략 100원 전후”라고 10배 넘는 차이를 비교했다. 특히 협회는 왓챠가 타 플랫폼과 달리 첫 가입자에게 2주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안 정산을 하지 않고 있다고도 말했다.

대표적인 해외 OTT인 넷플릭스는 시청 시간이나 횟수를 따지지 않고 판권 계약 시 정산을 마친다. 이후 콘텐츠가 흥행할 경우 추가 로열티를 지급하는 때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협회는 현재의 구독형 콘텐츠 공급 방식이 별다른 수정 없이 국내 주류로 자리 잡을 경우 영화 산업이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드라마나 예능은 1시간 이하의 러닝타임이고 전편을 관람하기 위해 여러 회차를 봐야 하지만 영화의 경우 2시간 분량을 단 한 번 관람하기 때문에 전체 매출에서 관람 회차 수 비율을 나누는 정산 방식은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협회는 “왓챠는 국내 다른 플랫폼에서 유통 중인 영화들을 대거 동시에 월정액으로 서비스하며 넷플릭스와 차별화를 이뤘다. 하지만 그 차별화 배경에는 수많은 영화 콘텐츠의 저작권자가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헐값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수익 정산 구조에서 저작권자 미래는 없다”고 비판했다.

협회는 지난 입장문에 담겼던 대로 영화만을 위한 개별 과금 시스템 마련 및 투명한 정산 시스템 공개와 한국영화산업 디지털 유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공청회를 이달 중 제안하기도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