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과 함께 뜨고 지는 이낙연 딜레마…돌파구 찾을까

입력 2020-08-17 17:55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차기 대권·당권 주자인 이낙연 의원이 생각보다 일찍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여당의 급속한 지지율 하락과 함께 이 의원의 선호도 역시 내리막을 타고 있는 것이다. 줄곧 1위를 달리던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 의원은 그동안 2위였던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선두 자리를 빼앗겼다.

이 의원에 대한 선호도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 정부·여당의 지지율과 함께 오르거나 내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과도 밀접하게 연동돼 있는 셈이다.

지난 11~13일 실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30%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이 의원은 전주보다 7%포인트 내린 17%를 기록해 7개월간 지키던 1위 자리에서 2위로 떨어졌다. 문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할 때 이 의원 선호도 역시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이 의원은 17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부·여당의 지지도 하락에서 제가 예외일 수 없는 존재”라며 “함께 움직인다는 것이 조사에서 드러나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의원으로선 어떻게 독자적으로 돌파구를 찾을 지가 관건이 됐다. 이 의원 측 관계자들은 이 의원이 당 대표로 올라서는 시점이 결정적인 반등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현안에 대한 적극적인 의견 개진으로 고유의 색깔을 드러낼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 의원과 가까운 한 의원은 “지금까지는 너무 말을 조심했는데, 당 대표가 되면 반드시 정부 정책에 잘못된 부분을 분명하게 지적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 본인도 “전당대회 후에 보면 제가 무엇을 준비했는가를 아시게 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다만 ‘할 말을 하는 이낙연’의 모습이 온전히 지지율 반등으로 이어질 지 의구심을 표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일단 애초에 이 의원의 주요 지지 기반이 문 대통령의 지지층과 상당수 겹치는 탓이다. 때문에 이 의원이 문재인정부와 특정 현안을 두고 대놓고 각을 세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결국 이 의원이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면서도 정부와 각을 세워서는 안 되는 ‘딜레마적’ 상황을 지혜롭게 해결하는 지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한 의원은 “(문 정부와) 큰 방향성은 같이 가되 정책의 세세한 부분에 있어서 차별화를 추구해야 한다”며 “정부의 성공이 정권 재창출의 전제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의원도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반사이익을 얻기 위해 (이 의원이) 문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정적 리더십’을 강조해온 이 의원이 ‘역동적 리더십’을 부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상대적으로 폭발력을 갖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권 재창출의 바통을 이어받았듯이, 문 대통령 다음 주자로는 개성 있는 차기 대통령을 원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신재희 이가현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