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급증에 되살아나는 공연계 ‘코로나 악몽‘

입력 2020-08-17 17:48 수정 2020-08-17 18:09
연극 '레미제라블'의 한 장면.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16일부터 서울·경기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면서 국내 공연계에 다시금 ‘빨간 불’이 켜졌다. 최근 코로나19로 취소·연기됐던 공연을 재개하며 기지개를 켜던 상황에서 제동이 걸리게 됐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의 여파는 공연계에 빠르게 번지고 있다. 먼저 서울 예술의전당은 향후 2주간 국공립 예술단체들의 공연을 취소·연기하거나 온라인 공연으로 대체한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민간 공연이라 하더라도 주최 측 결정에 따라 이용 인원을 제한해 운영하거나 축소 진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당장 16일 연극 ‘레미제라블’ 마지막 공연이 취소됐고, 피아니스트 박진우 리사이틀(18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넥스트 스테이지’(19일) 등이 연기를 결정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되면 실내 국공립 시설은 ‘평상시 50% 수준으로 이용객을 제한할 수 있으며 비대면 서비스 중심으로 운영할 것’이 권고된다. 그동안 정부 권고지침인 ‘지그재그 좌석제’를 적용해왔던 국공립 예술단체들의 공연은 대부분 이 기준에 들어맞지만 공연 강행에 따른 부담감을 지지 않기 위해 아예 취소·연기로 가닥을 잡는 경우가 많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관계자는 “원래 공연 계획도 방역기준에는 다 부합하지만 사회적 분위기와 관객들 문의에 9월 하반기로 공연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롯데문화재단이 17~30일 선보이려던 클래식 음악축제 ‘클래식 레볼루션’도 차질을 빚고 있는 경우다. 음악 감독을 맡은 지휘자 크리스포트 포펜이 2주간의 자가격리를 감수하고 내한했지만 일부 지자체 오케스트라가 감염 우려를 이유로 출연을 취소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예술의전당 극장 방역 모습. 예술의전당 제공


오는 28~29일 창작 오페라 ‘빨간바지’를 올리는 국립오페라단 관계자는 “원래 3월 예정됐던 공연을 한 번 미뤘다가 이번에 진행하는 터라 우선은 공연을 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심각한 만큼 추이를 지켜보면서 최종 공연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정부 지침 준수가 자율적인 민간 공연장은 대부분 철저한 방역 하에 지그재그 좌석제를 따르지 않았다.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데다 공연 내내 마스크를 끼는 극장 특성상 바이러스 전파 위험이 극히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면 관객이 줄어들고 공연 진행에 대한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뮤지컬 ‘모차르트’의 EMK 뮤지컬컴퍼니, ‘렌트’의 신시컴퍼니, ‘마리퀴리’의 라이브 등 민간 공연기획사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이후 손해를 감수하며 공연 취소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국립극단은 지그재그제 좌석제를 적용해 선보이던 연극 ‘화전가’를 당초 예정된 23일까지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경보가 3단계로 격상돼 다시금 극장이 ‘셧다운’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공연 생태계의 큰 축을 담당하는 국공립 공연장이 문을 닫는 것은 배우와 스태프를 포함해 민간 예술단체에 그 피해가 가게 된다.

그래서 문체부는 지난달 16일 민간 인력·자본이 50% 이상 들어오거나 민간 공동 개최의 경우 공연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기도 했다. 공연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공연 개최 직전 취소·연기가 반년 넘게 되풀이되는 상황에서 앞으로 피해를 줄이면서 공연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는 방안을 민·관 합동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