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나흘째 200명 안팎을 이어갔다. 집회로 인한 대규모 집단감염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누적돼있던 무증상 내지 경증 감염자가 고위험시설에 국한되지 않고 곳곳에서 전파를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방역당국은 17일 “언제, 어디서든 감염될 수 있는 위중한 상황”이라며 전국 단위 유행의 초기 단계라고 판단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 14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00명대로 올라선 이후 15일 166명, 16일 279명, 17일 197명을 각각 기록했다. 전날 1900여건의 진단검사가 이뤄졌고 추가 접촉자를 찾아내는 역학조사도 진행 중이어서 이날 확진자가 다소 줄어든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방대본은 설명했다.
정부는 현 상황을 이전의 코로나19 유행보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 특정 지역 및 집단을 중심으로 한 대구 신천지,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과 달리 불특정 다수의 접촉으로 인한 지역사회 확산이 식당, 카페 등 일상 시설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정오까지 42명의 누적 확진자를 낸 경기도 파주 스타벅스의 경우 같은 층에 있었다는 이유로 감염된 경우가 다수 확인됐다. 정은경 방대본부장은 “에어컨이 가동되고 환기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는 공간에 장시간 마스크를 쓰지 않고 노출될 경우 2m 이상의 비말전파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발생지도 수도권에 국한되지 않는다. 종교활동 모임을 통해 발생한 코로나19 감염이 비수도권 지역을 포함해 콜센터, 어린이집, 요양병원 등 다양한 장소로 2차 감염을 연쇄적으로 일으키고 있어 n차 전파의 위험성이 높은 상황이다. 2차 유행을 겨우 잠재운 광주에선 유흥시설발(發) 집단감염이 일어나 14명의 누적 확진자를 내는 등 3차 유행 우려까지 나온다.
감염력을 키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도 대유행 가능성에 일조하고 있다. 최근 국내 유행을 주도하는 바이러스 유형인 ‘GH그룹’은 지난 2월 신천지 사태 당시 유행한 ‘V그룹’ 등 이전 바이러스보다 감염력이 최대 6배까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대본은 수도권에 무증상, 경증 감염자가 누적돼있고 이들이 본인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상생활을 통해 전염시키고 있어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코로나19에 노출될 위험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정 본부장은 “대규모 유행의 초기 단계”라며 “지금 통제하지 않으면 기하급수적으로 확진자가 증가해 의료시스템 붕괴, 막대한 경제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범부처 수도권 긴급대응반을 구성해 대량의 진단검사를 지원하고 연락이 닿지 않는 이들을 조속히 찾아내 격리키로 했다. 수도권에 내려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효과를 내지 못하면 방역조치가 추가된다. 김강립 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고위험시설 운영을 전면 중단하고 실내 50인 이상의 모든 모임을 금지할 수 있다”고 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