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상설에 휩싸였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7일 오전 갑자기 병원을 찾으면서 일본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야권에서는 건강 이상이 사실이라면 총리를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사저에서 오봉(한국의 추석) 연휴를 보내던 중 이날 오전 10시30분쯤 도쿄 게이오대학 부속 병원을 방문했다. 아베 총리는 그간 반년에 1번꼴로 게이오대병원에서 정기적으로 건강 검진을 받아왔지만 이번 입원은 사전에 예정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직전 정례 검진은 지난 6월 13일이었다.
총리 관저는 이와 관련 “통상적인 당일 검진”이라고 해명했고, 병원 측도 “지난 6월 검진에 따른 추가 검사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급작스런 입원이 최근 불거진 건강이상설과 맞물리면서 총리의 건강 상태에 대한 의문이 야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입헌민주당의 한 간부는 아베의 병원 입원 소식에 “총리의 진짜 건강상태가 어떤지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야당 의원은 “만일 정말 건강이 좋지 않은 것이라면 총리를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베의 건강이상설에 불을 붙인 것은 지난 4일 발매된 사진전문 주간지 ‘플래시’의 보도였다. 아베 총리가 지난달 6일 관저에서 피를 토했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주간지를 중심으로 총리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뿐만 아니라 위까지 악화됐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건강이상설을 뒷받침하는 실증적 보도도 있었다. TBS방송은 지난 13일 아베 총리가 관저 현관문으로 들어와 엘리베이터를 타기까지 걸린 시간들을 비교하며 “아베 총리의 걸음걸이가 최근 눈에 띄게 느려졌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평균 18.24초였던 이동 시간이 8월 들어 20.83초까지 늘어났다며 총리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1차 집권기였던 2007년 9월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이 악화돼 1년 만에 불명예 퇴진한 전력을 갖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실패에 따른 지지율 하락과 7년이 넘는 장기집권이 다시 그의 지병을 악화시킨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