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던 일 어떻게 묵인·방조하나”… 오성규 前 비서실장도 의혹 부인

입력 2020-08-17 15:50
취재진이 17일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방조 혐의로 조사 중인 오성규 전 비서실장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묵인·방조 혐의로 고발된 오성규 전 서울시 비서실장이 경찰 조사에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앞서 조사를 받았던 김주명 전 비서실장(현 서울시 평생교육진흥원장)이 성추행 의혹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과 마찬가지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7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묵인·방조 혐의로 고발된 오성규 전 서울시 비서실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오 전 실장은 이날 피해자 A씨로부터 피해 호소를 전달받은 바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오 전 실장은 2018년 7월 2일부터 지난 4월 6일까지 비서실장으로 근무했으며, 성추행 피해자가 피해호소와 전보 요청을 묵인·방조했다고 지목한 관계자 중 1명이다.

오 전 실장은 경찰 조사에서 묵인·방조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A씨나 제3자로부터 인사이동을 요청받거나 피해 호소 사실을 전달받은 바가 전혀 없다”며 “경찰에 참고인 조사를 받은 20명에 달하는 비서실 직원들 누구도 전달받은 사례가 있다는 것도 들은 바 없다”고 밝혔다.

A씨와 고발인이 제기한 방조 및 은폐 의혹이 정치적 음해이자 공세라는 비판도 제기했다. 오 전 실장은 “실체를 모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악의적으로 이용한다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며 “객관적 근거를 통해 확인된 바도 없는데, 도대체 몰랐던 일을 어떻게 묵인하거나 도울 수가 있단 말이냐”고 했다. 이어 “A씨 측은 합리적 의구심을 갖는 것도, 모르고 침묵하는 것도 2차 가해라는 전체주의적 논리로 침묵을 강요하면서 박 전 시장과 함께 시정에 임했던 사람들을 인격 살해하고 서울시의 명예를 짓밟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 전 실장의 주장은 앞서 경찰 소환 조사에서 의혹을 전면 부인한 김 원장의 입장과 일맥상통한다. 지난 13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한 김 원장은 조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비서실장으로 근무했던 2017년 3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성추행에 대한 피해 호소를 들은 바가 없으며, 성추행 의혹도 어떤 부분인지 전혀 모른다”고 밝혔다.

박 전 시장의 비서실장 출신 중 방조·묵인 의혹으로 조사를 받는 것은 김 원장에 이어 오 전 실장이 두 번째다. 앞서 강용석 변호사 등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는 서울시 전·현직 관계자들이 사건을 방조·묵인했다며 오 전 실장, 김 원장을 비롯해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4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