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라이벌’ 리오넬 메시(33·바르셀로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5·유벤투스)가 활약하는 모습을 올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에선 볼 수 없다. 두 선수가 8강 이전 동반 탈락한 건 15년 만에 처음이다. 30대로 접어든 두 선수의 시대가 끝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챔피언스리그 4강 대진이 결정된 직후 “시대가 바뀌고 있다. 메시와 호날두가 모두 빠진 챔피언스리그 4강전은 2005년 이후 처음”이라며 “왕조 교체의 신호탄”이라고 분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탓에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단판 승부로 진행 중인 2019-2020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선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준결승전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스페인 라리가·이탈리아 세리에A 팀이 한 팀도 오르지 못한 대신 프랑스 리그앙(파리 생제르맹·올랭피크 리옹) 2팀과 독일 분데스리가(바이에른 뮌헨·RB 라이프치히) 2팀이 자웅을 겨루게 됐다.
주목할 만한 점은 메시와 호날두 중 한 명도 준결승전에 진출하지 못했단 사실이다. 메시는 15일 바이에른 뮌헨과의 8강전에서 2대 8 참패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리스본의 굴욕’이라 불릴 정도의 참사에서 메시는 중원에 묶여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무득점으로 침묵했다. 팀 기량에 실망한 메시가 바르샤를 떠날 것이란 해외 언론의 보도가 잇따를 정도로 후폭풍이 크다.
호날두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호날두의 유벤투스는 지난 8일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리옹에 2대 1로 승리했지만 원정 다득점에 밀려 탈락했다. 호날두는 이 경기에서 페널티킥(PK) 포함 멀티골을 넣었지만 유효슈팅을 한 차례도 기록하지 못했던 지난 2월 리옹 원정 패배의 잔상을 극복해내지 못했다.
대신 준결승의 두 자리는 ‘언더독’이라고 치부됐던 두 팀이 자리했다. 리옹은 16강에서 유벤투스를 잡은 뒤 8강에선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까지 3대 1로 주저 앉히는 파죽지세로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황희찬의 새 소속팀 라이프치히도 챔피언스리그의 강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를 제압하고 준결승에 합류했다.
생소한 상황에 메시-호날두의 시대가 끝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데일리메일은 “바르셀로나에서 챔피언스리그 4회 우승한 메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레알 마드리드를 거치며 5개의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들어 올린 호날두를 볼 수 없다는 건 낯선 풍경”이라고 설명했다. 잉글랜드 챔피언십 레딩의 코칭 스태프 생활을 하고 있는 호날두의 전 동료 존 오셔는 선데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두 선수가 유럽을 지배하던 시대가 거의 끝나고 있는 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