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잔뜩 늘려놓은 LCC, 코로나 대유행 조짐에 ‘공포’

입력 2020-08-17 14:37

국내 여행 회복에 사활을 걸고 있던 저비용항공사(LCC)업계가 최근 보이는 코로나19 대유행 조짐에 공포에 질려있다. 김포 확진자가 2박3일 제주여행을 다녀온 게 드러나는 등 국내 여행의 위험성이 부각되면서 가까스로 개선됐던 여행심리가 다시 얼어붙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1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LCC업계는 코로나 재확산으로 하반기를 염두에 놓고 세웠던 ‘버티기 전략’이 무너질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LCC업계 관계자는 “국내 여행지를 찾는 관광객 수가 2분기에 바닥을 찍고 3분기부터 회복될 거라는 전제 하에 비인기 노선까지 동원해 운항 일정을 짜놓았는데 전면 재검토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받아 고사 위기에 처한 LCC업계는 최근 조금이나마 적자를 면하기 위해 코로나 이전에는 수익성이 높지 않아 취항하지 않았던 광주, 여수, 양양 등 비인기 노선까지 출항하고 있다.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운항 거리가 상대적으로 긴 제주를 제외한 내륙 노선 기준 LCC의 지난달 공급량은 2661편으로 지난해 988편보다 2.6배나 늘었다. 신생 항공사 플라이강원의 경우 최근 지상교통으로 5시간이 걸리는 양양~대구 노선을 업계 최초로 취항했다. 여객기로 이동시간을 약 1시간으로 단축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그 결과 여객 수는 지난해 수준까지 회복됐지만 수익성은 낮다. 지난달 국내선 이용객 수는 498만여명으로 지난해의 70% 수준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김포~부산 편 항공권 가격이 평균 2만~3만원으로 서울~부산 KTX 가격보다 저렴한 등 저가 대량 티켓이 끌어올린 ‘출혈’ 수익에 불과하다. 최근 발표된 2분기 실적도 암울하다. LCC업계 1위 제주항공의 2분기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88.5% 급감해 854억원의 영업손실을 봤고, 진에어(-596억 원) 티웨이항공(-486억 원) 에어부산(-514억 원) 등도 줄줄이 적자를 기록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LCC업계가 비인기 국내노선과 출혈 경쟁으로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 재확산이 현실화되면 그야말로 탈출구가 없게 된다”며 “LCC업체들은 항공기 규모 등 여러 이유 때문에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과 달리 화물 운항을 노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