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규 전 서울시 비서실장 “피해자 중심주의가 증거재판주의 무력화” 작심발언

입력 2020-08-17 14:00 수정 2020-08-17 14:00
오성규 전 박원순 시장 비서실장. 연합뉴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및 방조·묵인 의혹과 관련해 서울시 비서실 관계자들의 본격적인 반격이 시작됐다.

오성규 전 서울시 비서실장은 17일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언론에 배포한 A4 한장 분량의 입장문을 통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오 전 실장은 “지금까지 이 사건과 관련해 고소인 측 주장만 제시되었을 뿐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객관적 근거를 통해 확인된 바는 없다”며 “그럼에도 고소인 측이나 고발인들이 무리한 주장을 하는 이유가 ‘고소인 측이 주장하는 바를 다툴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과 ‘비서실 직원들로서는 실체를 모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악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고소인 진술 하나만 있으면 아무런 근거가 없어도, 같이 근무한 사람들까지 주변에서 일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압박에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은 어디에서 구할 수 있는가. 너무도 위험한 일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피해자 중심주의가 전가의 보도가 되어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는 증거재판주의를 일방적으로 무력화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하는 판단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오 전 실장은 2018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비서실장으로 재직했다.

그는 “오늘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였고, 있는 그대로 진술하였으며 제가 갖고 있는 자료도 모두 제출했다”면서 “고소인으로부터 피해 호소나 인사이동을 요청받거나, 제3자로부터 그러한 피해호소 사실을 전달받은 바가 전혀 없다”고 성추행 방조·묵인 의혹을 일축했다. 그는 “고소인 측으로부터 성추행 방조 혐의자로 지목당해 최근까지 경찰에 참고인 조사를 받은 20명의 비서실 직원들 누구도 피해호소를 전달받은 사례가 있다는 것을 들은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오 전 실장은 “도대체 존재가 확인되지 않았거나 몰랐던 일을 어떻게 묵인하거나 도울 수 있단 말인가. 서울시 관계자들이 방조했다거나, 조직적 은폐를 했다는 주장 또한 근거 없는 정치적 음해이고, 공세다”고 반박했다.

그는 “고소인 측은 합리적 의구심을 갖는 것도, 심지어는 모르고 침묵하는 것도 2차 가해라는 전체주의적 논리로 침묵을 강요하면서, 박원순 시장과 함께 시정에 임했던 사람들을 인격살해하고, 서울시의 명예를 짓밟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만약 당시 고소인 측이 주장한 대로 고소사실이 존재하고, 이를 저나 다른 직원들이 알았다면, 침묵이 아니라 고소인을 도와 절차대로 문제를 해결했을 것임을 확신한다”고도 했다.

오 전 실장은 “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사망 이후에도 심각하게 명예를 훼손당하고 있다”면서 “사회적 약자들을 가장 먼저 존중하고, 사회 혁신을 위해 평생을 바친 사람인데 과가 있다고 하여 생애 전체를 폄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존재했던 그대로가 역사다”고 강조했다.

오 실장에 앞서 비서실장을 지낸 김주명 서울시 평생교육진흥원장도 지난 13일 경찰 조사를 받은 뒤 “비서실에 근무하는 동안 피해자의 피해 호소나 전보 요청을 들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