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통합당이 달라졌다…정국 주도하며 ‘빈집털이’ 넘어야

입력 2020-08-17 10:52 수정 2020-08-17 14:11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 주호영 원내대표가 10일 전남 구례군 오일장을 찾아 침수 피해 복구에 나선 주민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4·15 총선에서 역대급 참패 이후 최악의 시기를 맞았던 미래통합당이 날아오르고 있다. 3년10개월 만에 지지율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앞서며 전성기를 맞고 있다. 윤미향·박원순 논란을 비롯해 부동산 문제에 있어 여권이 막말과 실언을 이어가자 통합당이 ‘빈집털이’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통합당이 제1야당으로서 국민 지지를 이어가려면 빈집털이를 넘어 분명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집착하는 일부 극우세력과 결별해 중도층으로 외연을 넓히려는 시도를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막말과 장외투쟁을 줄이고, 윤희숙 의원의 5분 연설처럼 세련된 모습으로 여권과 청와대의 약점을 논리적으로 파고드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통합당이 승기를 잡는 데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역할이 컸다. 김 위원장은 다음 달 3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그동안 김 위원장은 통합당의 체질 개선을 주도했다는 평을 받는다.


김 위원장은 무엇보다 ‘보수 꼰대정당’ ‘영남당’ 이미지 탈피에 주력했다. 정강정책 1호로 기본소득을 명문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 일각에서 ‘좌클릭 아니냐’는 반발이 나왔지만 김 위원장은 진보 어젠다라 할 수 있는 기본소득을 밀어붙였다. 집중호우에 따른 전국적 피해가 이어지자 4차 추경 편성을 요구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보수 진영이 강조해온 ‘재정건전성’이라는 가치를 과감히 탈피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첫 수해현장 방문지로 전남 구례를 택했다. 민주당 지도부보다 먼저 호남을 찾은 것이다. 2022년 대선 등 향후 선거를 다분히 의식한 ‘호남 구애’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의 과감한 행보에 민주당 내부에선 ‘한방 먹었다’는 말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오는 19일 광주를 찾는다. 국립 5·18 민주묘역을 참배하고 국민통합 메시지를 내놓을 계획이다. 호남에서의 통합당 지지율 상승 흐름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반면 김 위원장은 극우, 태극기부대로 상징되는 광화문 집회와 거리를 뒀다. 통합당의 한 당직자는 연합뉴스에 “올해도 광복절 장외투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광화문 집회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김 위원장의 입장이 워낙 단호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과 주호영 원대대표의 ‘잔잔한 케미’가 통합당 상승세를 이끌었다는 분석도 있다. 과거 김병준-김성태 지도부나 황교안-나경원 지도부에 비해 큰 불협화음 없이 당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두 사령탑이 막말 정치, 장외 투쟁, 지도부 간 마찰음 등 폐단을 끊은 것도 통합당의 선전에 한몫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김종인-주호영 체제는 대여 투쟁의 원칙을 기본적으로 ‘원내 투쟁’에 두고 있다. 강공 일변도의 과거 지도부와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부동산 관련 법안, 공수처 법안 등 여당의 입법 처리 과정에서 무기력하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윤희숙 의원의 5분 발언이 국민적 관심을 얻으면서 원내 투쟁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삭발이나 단식, 장외 투쟁 등 극단적인 방법에 거리를 두는 점도 지지율 상승세에 긍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