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집회 강행… 정 총리 “미검사 교인 참여… 추가 감염 우려”

입력 2020-08-17 09:39 수정 2020-08-17 09:48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부 및 여당 규탄 관련 집회에서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

정세균 국무총리는 17일 서울 도심에서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광복절 집회가 강행된 것과 관련해 “주말 광복절 집회에 일부 진단검사를 받아야 할 교인이 참여한 정황이 있어 추가 확산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시청에서 주재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에서 “해당 교회 교인, 방문자 및 접촉자들은 즉시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진단검사를 받아달라”며 이같이 밝혔다.

정 총리는 “일부 교회에서 제출한 방문자 명단의 정확성이 떨어져 신원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당 교회는 정확한 방문자 정보를 성실히 제출하라”며 정부의 확진자 파악에 적극적인 협력을 부탁했다.

정 총리는 “확진자 증가에 따라 수도권 공동 병상 대응체계를 가동해 아직은 여유가 있지만 증가세가 계속되면 대구·경북에서와 같은 병상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의료인력 지원 등 민간의 적극적인 협력도 부탁드린다”고 했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부 및 여당 규탄 관련 집회에서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

코로나 집단감염 우려에도 광복절 집회 수만명 몰려

지난 15일 서울 도심에서는 보수단체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집회가 각각 열렸다. 총 참가자 수는 1만여명에 달했다.

서울시의 집회금지명령으로 집회 대부분이 통제됐으나, 전날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으로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과 중구 을지로입구역 등 2곳에서는 개최가 가능해지면서 인파가 몰렸다. 일부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들은 금지구역에서 불법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전광훈 목사는 이날 동화면세점 앞 무대에 올라 “저희 교회는 오늘 이 자리에 한 명도 안 나왔다. 여러분은 애국심으로 왔지, 제가 오라고 해서 온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전 목사의 말과 달리 이날 오전 사랑제일교회 대표전화에서는 “정오 광화문역 6번출구(동화면세점 앞)에서 집회가 시작된다”는 음성 안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정오 무렵 전국 각 지역명을 단 보수·개신교단체 소속 관광버스 수십대가 광화문광장 주변에 몰려들었다.

인원이 급격히 늘면서 서울시와 경찰이 광화문광장과 경복궁 인근 등 집회금지구역에 미리 설치한 울타리는 무용지물이 됐다. 곧 1만여명으로 불어난 참가자들은 태극기·성조기를 들거나 지역·단체 깃발을 앞세우고 왕복 12차로인 세종대로와 광화문광장 등을 차지했다.

경찰, 광복절 집회서 폭행 혐의 등 30명 체포

한편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집회 주최자와 주요 참가자 등 4명에 대해 출석을 요구했다. 경찰은 또 집회에서 경찰관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해산 명령에 불응한 혐의(공무집행방해·감염병예방법 위반 등)로 체포된 30명에 대해 전담수사팀을 꾸려 채증자료를 분석하는 등 혐의 확인 작업을 하고 있다.

경찰은 또 자가격리 위반 등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서울시가 고발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에 대해 출석을 요구할 방침이다. 전 목사가 자가격리 대상자인 점을 고려해 조사는 보건당국과 협의를 통해 진행될 예정이다.

경찰은 집회에 참여한 이 교회 신도들의 감염병예방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살피고 있다. 이 교회 관련 확진자는 전국적으로 193명까지 늘었다고 서울시가 이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랑제일교회가 예정했던 집회 자체는 열리지 않았는데, 그 부분만큼은 시의 금지명령을 준수한 것이라 볼 수 있다”면서도 “이 교회의 일부 신도가 다른 집회에 참여한 점이 불법인지는 검토를 해 봐야 한다”고 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