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과 레지던트 등 대학병원에서 수련하는 전공의들이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의 정부 의료정책에 반대해 오는 21일부터 무기한 업무중단에 돌입한다고 경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공의들의 업무중단은 의료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가 나오고 있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런 내용의 3차 단체행동 로드맴을 마련하고 성명을 준비 중이다. 이와 함께 사직서 제출, 전문의 시험 거부 등에 대한 논의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들은 지난 7일 집단휴진에 이어 14일 대한의사협회가 주도한 전국의사총파업에 참여하는 등 단체행동을 벌여왔다. 이번 3차 단체행동은 21일부터 23일까지 전공의 연차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국내 전공의 수련 교육은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 등 총 5년 과정으로 돼 있다. 21일 인턴 4년 차의 업무중단을 시작으로 22일 3년 차, 23일엔 1, 2년 차가 업무에서 손을 뗄 방침이다. 이로 인해 23일 전공의 전원이 모든 업무를 중단하게 되며 무기한 이어진다.
그동안 이들은 정부의 무분별한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한방첩약 급여화 등에 대해 의료계와 전면 재논의하라고 촉구해 왔다. 또 의료정책 수립 시 전문가들과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할 것을 요구해 왔다.
전공의들은 대학병원 같은 상급 종합병원에서 교수의 수술과 진료를 보조하고, 입원 환자의 상태를 점검하는 등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어 무기한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당시 전공의들이 4개월 넘는 장기파업을 벌여 상급 종합병원 환자 진료에 큰 차질이 빚어졌었다.
특히 최근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느는 등 재유행 양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전공의들의 무기한 파업은 의료공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6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무려 279명으로 지난 3월 8일(367명) 이후 5개월여 만에 가장 많다.
대전협 측은 “코로나19 확산 추세를 감지하고 있지만 보건복지부가 의료진을 구석으로 몰아넣은 상황에서 배수의 진을 치고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 확진자나 위급한 환자 진료를 거부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필수 의료인력은 무조건 남겨 환자의 생명이 위험해지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