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와 폭염이 계속된 올여름, 우리 주변에는 시민 안전을 위해 묵묵히 봉사한 군인들이 있었다. 사연의 주인공은 육군 제102기갑여단 충마대대 박승현(26) 하사와 육군 37보병사단 옥천대대 김태영(24) 병장이다.
박 하사는 물에 빠진 피서객 2명을 보고 본능적으로 몸이 먼저 움직였다. 그는 망설임 없이 물에 뛰어들었고 덕분에 소중한 생명을 구했다. 김 병장은 전역 전의 마지막 휴가를 포기하고 집중호우 수해현장으로 봉사를 나섰다. 쉽지 않은 용기를 낸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살려주세요!” 외침에 몸이 먼저 움직였다
육군 제102기갑여단 충마대대 박승현 하사는 지난 13일 오후 3시쯤 강원 삼척시 근덕면의 한 하천에서 다급한 목소리를 들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피서객 두 명이 급류에 휩쓸려 물속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이었다.
초등학교 수영 선수였던 박 하사는 망설임 없이 급류로 뛰어들었다. 그는 거센 물살에서도 피서객 2명을 안전하게 구조했다. 박 하사는 도착한 119구급대원들에게 구조한 피서객을 인계했다. 구조된 사람들은 탈수 증세로 병원에서 간단한 검사를 받고 퇴원했다.
박 하사는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남겼다. “떠내려가는 사람들이 위험한 상황이라 직접 구조에 나서게 됐어요. 위험에 빠진 국민의 생명을 구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군인이라면 누구라도 구조에 나섰을 거예요.”
꿈 같은 휴가 대신 봉사를 택하다
16일 육군 37보병사단에 따르면 부대 예하 옥천대대에 복무하는 김태영 병장은 군 생활 마지막으로 11일간의 휴가를 얻었다.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휴가와 외출, 외박을 나가지 못해 오랫동안 기다린 순간이었다. 그는 지난 13일 그동안 미뤘던 전역 전 휴가를 떠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옥천군에는 지난달 28일부터 평균 334.5㎜의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용담댐 방류로 큰 피해를 입어 지금까지 192억2000만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김 병장은 폭우와 폭염 속에서 연일 수해복구 대민지원에 참여하는 전우들을 두고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그는 이번 집중호우 수재민을 돕고자 휴가를 미루고 수해현장으로 달려갔다.
김 병장은 후임병들과 함께 충북 옥천군 동이면 일대 주택 침수 현장을 찾아 토사 제거와 가재도구 정리에 팔을 걷어붙였다. 김 병장은 지난해 9월 태풍 ‘타파’와 ‘링링’이 충북지역을 휩쓸고 지나갔을 때도 농가의 시름을 덜어주고자 벼 세우기 대민지원에 앞장섰다.
김 병장은 미국 미시간앤아버대학 의예과 2학년 재학 중 군에 입대했다. 영주권 획득으로 군복무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김 병장은 국내에 들어와 성실히 임무를 수행했다. 그는 다음 달 3일 전역할 예정이다.
김 병장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지난해보다 수해가 더 큰 것 같아요. 수해복구 현장에서 전우들과 함께 부대활동을 마무리하는 것이 뜻깊을 것 같아서 휴가를 미뤘어요. 부대원 모두가 합심하고 있습니다. 수해 주민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김지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