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만에 신규 확진 무려 269명…‘깜깜이’ 환자 14%

입력 2020-08-16 05:47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이틀 연속 100명대를 넘었다. 이틀간 발생한 확진자 수만 무려 269명으로 늘어 이번 광복절 연휴가 코로나19 유행의 기폭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0시를 기준으로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166명으로 14일 103명에 이어 또다시 100명대를 기록했다. 이틀간 발생한 신규 확진자 수는 무려 269명이다.

이라크 건설 현장에서 귀국한 우리 근로자와 부산항에 정박한 러시아 선박의 선원들이 한꺼번에 무더기로 확진되면서 신규 확진자 수가 일시적으로 100명대를 넘어선 적은 있었지만, 이틀 연속 세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지난 3월 말 이후 처음이다.

특히 신규 확진자의 감염 경로를 보면 해외유입 11명을 제외한 155명이 지역사회 내에서 발생했다. 지역 발생 확진자 수는 올해 3월 11일(239명)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72명, 경기 67명, 인천 6명 등 수도권에서만 무려 145명(지역 발생 확진자의 93.5%)이 나왔다. 이에 수도권의 빠른 확산세가 자칫 전국적 ‘대유행’을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9일 이후 발생한 서울·경기지역 확진자는 일별로 25명→16명→13명→32명→41명→69명→139명을 기록해 연일 감염 규모가 커지고 있고, 감염 시설이나 장소도 교회, 대형 상가, 식당, 사무실, 학교, 마을행사 등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모양새다.

지난 5~6월 이태원 클럽이나 경기도 부천 쿠팡 물류센터 등에서 확진자가 속출했을 당시엔 감염 시설이나 활동을 특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엔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로 터져 나오는 상황이라 접촉자 추적 등 역학 조사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은경 방대본부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서울, 경기에서 하루 만에 확진자 수가 배로 증가할 정도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며 “수도권은 자칫 대규모 집단 유행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환자 1명을 조사해 보면 이미 10명, 20명에게 노출돼 감염까지 된 사례가 많았다”며 “지금의 유행 확산세는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이 무뎌지고 거리두기 참여 강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큰 위험 신호로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감염경로를 명확히 알 수 없는 이른바 ‘깜깜이’ 환자는 최근 14%까지 치솟은 상태여서 지역사회 안에서 ‘조용한 전파’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름 방학과 휴가, 광복절 연휴가 맞물린 현 상황에서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재유행을 겪을 수 있다는 게 방역당국의 입장이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서울·경기지역에 대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조치를 언급하면서 “지금, 이 순간 수도권의 누구라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당분간 확진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리라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번 연휴 3일은 향후 국내 코로나19 발생의 운명을 가를 시금석”이라며 “마스크를 벗는 행동을 줄이고 외출·모임을 자제하는 한편, 거리 두기를 적극적으로 실천해달라”고 당부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