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재확산하는 가운데 광복절이 15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서울시는 집회 금지명령으로 집회 대부분이 통제됐고 정부는 서울시와 경기도를 중심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를 격상하며 각종 모임과 행사 취소를 권고했다.
그러나 전날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으로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과 을지로입구역 등 2곳에서 집회 개최가 가능해지자 1만 명 가량의 인파가 도심에 몰렸다.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는 이날 신고한 경복궁역 인근 상경 집회에 대해 금지통보를 받자 전국 신도들에게 다른 집회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기도 했다. 이 교회에서는 누적 확진자가 최소 134명이 나오는 등 집단감염이 발생한 상황이어서 코로나19 2차 감염이 우려된다.
서울시가 금지명령을 내린 10개 집회 중 가처분신청을 통해 개최를 허가받은 집회는 보수단체인 일파만파의 집회와 민경욱 전 의원이 이끄는 4‧15부정선거국민투쟁본부(국투본)의 집회다. 교회 측은 집회 전날인 14일부터 신도들에게 집회에 참가하지 말라는 문자를 보냈다고 주장했지만 사랑제일교회 대표전화로 전화를 하면 15일 정오 광화문역 6번 출구(동화면세점)에서 집회가 시작된다는 안내 음성이 나왔다.
정오부터 광화문역 인근엔 사랑제일교회 신도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타고 온 관광버스 수십대가 즐비했다. 일파만파는 집회 신고 당시 100명이 참가할 것이라고 했지만 보수단체 집회가 대부분 취소되면서 수천명의 인파가 이 집회 장소 주변에 모여들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썼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는 지켜지지 않았다. 습하고 더운 날씨 탓에 마스크를 내리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마스크를 벗지 말라는 주최 측의 안내에도 일부 참가자들은 마스크를 벗고 둘러앉아 가지고 온 음식을 나눠 먹기도 했다.
경찰이 통제를 시도하자 일부 참가자들은 고성을 지르며 반발하거나 경찰관을 밀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잇따른 성추문 등을 규탄하며 “대통령 퇴진”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들이 금지구역에서 불법집회를 진행해 서울시와 방역당국 공무원들이 귀가를 설득하는 경고 방송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날 집회는 오후 10시40분쯤 최종 해산됐다.
이 과정에서 한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은 ‘경찰의 진압으로 참가자가 사망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8시30분쯤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 사거리에서 한 남성이 차량을 이끌고 집회 현장을 지키던 경찰들을 향해 돌진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다행히 경찰들이 피해 부상자 등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 남성은 청와대 사랑채 인근 검문소에서 붙잡혀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검거 당시 남성은 속옷만 입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이처럼 경찰관에 폭력을 행사하거나 해산 명령에 응하지 않은 17명을 공무집행방해와 감염병예방법 등 위반 혐의 등으로 체포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29명 규모로 전담수사팀을 꾸려 광화문 집회 주최자들을 신속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