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볼lab] 갤노트20 울트라…‘카툭튀’ 빼곤 흠잡을 게 없다

입력 2020-08-17 05:55

갤럭시 노트가 돌아왔다. 화면 주사율 120㎐의 부드러운 화면, 1억800만 화소의 초고화질 카메라 등 업그레이드된 사양으로 무장했다. 노트 시리즈 팬이고 노트9 이하의 제품을 쓴다면 별로 고민할 필요 없이 업그레이드 타이밍이다. 노트10을 쓰는 사용자라면 120㎐의 매력 때문에 교체를 고민해볼 만 하다. 물론 145만원이라는 가격 장벽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긴 어렵다. 노트20 울트라를 일주일간 써봤다.

120㎐ 놀랍도록 부드러운 매력
노트20 울트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화면 주사율 120㎐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상반기 출시된 갤럭시S20 시리즈에도 이미 적용됐지만 노트 시리즈에는 처음이다.

120㎐는 1초에 120장의 사진이 연속적으로 재생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주사율이 높을수록 화면이 부드럽게 구현된다. 120㎐로 설정하고 인터넷 서핑을 하면 화면을 위아래로 스크롤 할 때 매우 부드럽게 넘어가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시각적 만족감이 꽤나 커서 일단 한 번 경험하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정도로 비가역적이다.

S20 시리즈는 120㎐가 고정된 반면, 노트20 울트라는 상황에 따라 120㎐까지 자동으로 ‘최적화’ 되는 설정이 들어갔다. 디스플레이에 저온폴리옥사이드(LTPO) 기술을 적용해 소비전력을 낮춘 것과 연관이 있다. 일반 OLED에 비해 약 22%가량 소비전력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쉬운 건 FHD+(2316*1080) 해상도에서만 최적화 모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노트20 울트라가 지원하는 최고 해상도 WQHD+(3088*1440)에서는 화면 주사율이 60㎐인 일반 모드만 쓸 수 있다. 해상도가 높을수록 배터리 소모가 많기 때문에 제한을 둔 것으로 보이는데, 소비자 입장에선 선택권이 없다는 측면에서 아쉽다. 물론 FHD+와 WQHD+의 차이를 맨눈으로 구분하긴 어렵다.

카메라 성능은 좋지만 ‘카툭튀’ 글쎄...

갤럭시 시리즈의 하드웨어 완성판은 노트 시리즈라는 말이 있다. 상반기 출시되는 S 시리즈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해 더욱 완성된 버전으로 나오는 게 노트라는 의미다.

노트20 울트라는 S20 울트라의 카메라 사양을 그대로 물려받으면서 일부 문제는 수정했다.

S20 울트라에서는 1억800만 화소 카메라의 초점 문제가 제기됐었다. 이를 해결을 위해 노트20 울트라는 비행거리측정(ToF) 센서 대신 레이저 오토 포커스(AF) 센서를 탑재했다. 1억800만 화소 모드로 촬영할 때 초점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드물었다.

S20 울트라에 있었던 100배 ‘스페이스 줌’ 기능은 노트10 울트라에서 50배 줌으로 축소됐다. 망원 카메라는 S20 울트라의 4800만 화소(F3.5)에서 1200만 화소(F3.0)으로 대체됐다. 실제로 50배 줌도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일은 드물기 때문에 스펙상 다운그레이드처럼 보여도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카메라 화질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건 이미지 센서의 크기다. 센서가 클수록 빛을 받아들이는 양이 많아지기 때문에 어두운 곳에서도 좋은 사진을 건질 가능성이 커진다. 노트20 울트라의 메인 카메라인 1억800만 화소 카메라는 센서 크기가 1/1.33인치로 스마트폰 중에서 가장 크다. 낮이든 밤이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추억에 남을만한 사진을 찍기에 적합하다. 사진을 직업적으로 찍지 않는 이상 노트10 울트라면 충분해 보인다. 참고로 프리미엄 콤팩트 카메라 시장을 석권한 소니 RX100 시리즈가 1인치 크기의 센서를 쓴다.

노트20 울트라의 메인 카메라는 사용자가 원하는 설정에 따라 1억800만 화소 모드와 1200만 화소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9개의 픽셀을 하나로 병합하는 ‘노나비닝’ 기술을 이용해 1200만 화소로 찍는다. 이렇게 하면 픽셀 하나당 빛을 받아들이는 양이 많아서 야간 촬영에 유리하다. 1억800만 화소로 찍으면 디테일이 더 정교한 맛은 있지만 파일 크기가 JPG파일 기준으로 한 장 당 20메가바이트(MB)에 육박한다. 저장공간이 넉넉하지 않다면, 특별한 순간에만 이용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다.

카메라 성능을 위해 후면 디자인이 ‘카툭튀’(카메라가 툭 튀어나온 디자인을 일컫는 말)가 된 것은 아쉽다. 삼성전자는 카툭튀 부분을 디자인의 하나로 승화했다는 입장이지만 볼 때마다 거슬리는 건 사실이다. 툭 튀어나온 높이는 신용카드 3장을 쌓은 것과 같다. 신용카드 두께는 약 0.8㎜로 3장이면 2.4㎜쯤이다. 노트20 울트라는 두께가 8.1㎜지만 카툭튀 부분을 포함하면 10.5㎜ 정도라는 얘기다. 물론 절대다수의 사용자는 케이스를 씌우기 때문에 카툭튀를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카툭튀 없이 카메라 성능을 높이는 기술도 현재로선 없기도 하다. 카툭튀 문제는 대안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아쉬운 소리를 한 번 해보는 것이다.

동영상은 후면의 경우 8K 해상도를 초당 24프레임으로 찍을 수 있다. UHD와 FHD는 60프레임을 지원한다. 전면은 UHD, FHD 60프레임 촬영이 가능하다.

같지만 더 빨라진 S펜
S펜의 외형적인 모습은 전작인 노트10 S펜과 같다. 노트10과 노트20 울트라의 S펜을 서로 바꿔서 끼어도 들어간다.

달라진 건 입력 지연 시간이다. 노트20 울트라의 S펜 입력 지연 시간은 9ms로 노트10의 약 50ms보다 크게 개선됐다. 진짜 종이에 필기하는 느낌에 좀 더 가까워졌다. ‘사각사각’하는 효과음도 들어가 쓰는 맛이 난다.

S펜 기능 중에선 위치를 자동 정렬하고 손글씨를 텍스트로 변환해주는 기능이 요긴했다. S펜을 쓰는 경우가 주로 간단한 메모를 할 때가 많은데 그러다 보면 비스듬히 흘려 쓰게 된다. 노트20 울트라는 손글씨를 쓰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글씨의 기울기가 똑바르게 정렬된다. 그리고 다시 텍스트로 변환해줘서 활용할 수 있다.

애매한 버튼 위치, 망설여지는 가격
그동안 노트 시리즈의 S펜 위치는 오른쪽 하단이었다. 오른손잡이가 많아서 오른쪽에 두면 바로 꺼내서 쓰기 편리했다. 그런데 노트20에서는 위치가 왼쪽 아래로 바뀌었다. 그래서 왼손으로 노트20 울트라를 들고 오른손으로 S펜을 꺼낼 때 손끼리 부딪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왜 위치를 바꾼 건지 모르지만 갑작스러운 위치 변경은 사용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노트10 때 모두 왼쪽으로 갔던 버튼은 이번엔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후면 카메라, 버튼, S펜의 위치가 모두 오른쪽에 쏠리면 제품 밸런스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위치를 바꾼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이다.

노트 시리즈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최상위 라인업이다. 제품의 정체성이 바뀔만한 변화가 있다면 이를 사용자에게 잘 설득하고 알릴 의무도 있다는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가격이다. 노트20 울트라의 출고가는 145만2000원이다. 지난해 노트10+ 256DPA(139만7000원) 보다 5만원 가량 비싸졌다. 노트20 울트라가 전작에 비해 전반적인 개선이 있는 훌륭한 제품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써보면 사고 싶다는 마음도 든다. 하지만 가격을 보면 망설일 수밖에 없다.

5G폰의 가격이 상승한 것은 퀄컴이 5G 칩셋 가격을 높이는 등 전반적인 원가 상승도 한몫하고 있다. 하지만 5G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가격만 치솟다 보니 시장은 점점 얼어붙고 있다. 노트20 울트라 흥행을 위해선 적극적인 가격 인하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