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태평양전쟁 패전 75주년인 15일 일제 침략전쟁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에 또 공물을 바쳤다. 야스쿠니 신사는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들의 위패가 보관돼 있어 군국주의를 조장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자민당의 다카토리 슈이치 총재보좌관를 야스쿠니 신사로 보내 나무 장식품 ‘다마구시’의 비용을 전달토록 했다. 8년째 ‘자민당 총재 아베 신조’라는 명의로 공물을 보낸 셈이다. 다마구시란 일본 현지 전통문화 중 하나로 사당 등에서 참배객들이 신에게 바치는 제물을 뜻한다. 다카토리 보좌관은 “아베 총리가 평화의 초석이 된 전몰자들에게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바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두 번째 집권을 시작하고 1년 후인 2013년 12월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참배했다가 한국과 중국을 포함해 국제사회의 거센 반발을 샀다. 과거 침략전쟁을 반성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그 뒤로는 태평양전쟁 패전일과 봄·가을 제사인 춘·추계 예대제 때 자기 명의의 공물만 보내고 직접 참배는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공물 봉납 역시 침략전쟁을 저지른 전범들에 대한 예를 표하는 성격이 있어 논란거리가 돼왔다.
내각 각료 중에는 지난해 9월 내각에 합류한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과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상이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참배했다. 일본 현직 각료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은 2016년 이후 4년 만이다.
‘포스트 아베’ 중 한 명으로 차기 총리 후보 2위를 달리고 있는 고이즈미 환경상은 입각 전부터 주요 행사 때마다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인물이다. 그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2001~2006년 재임 당시 매년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참배해 한·중 등 주변국과 갈등을 빚었다.
도쿄 지요다구에 위치한 야스쿠니 신사는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이 일으킨 수많은 전쟁에서 숨진 246만6000여명의 영령을 떠받드는 시설이다. 특히 이곳에는 태평양전쟁을 이끌어 전후 극동 군사재판(도쿄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도조 히데키 총리와 무기금고형을 선고받고 옥사한 조선 총독 출신인 고이소 구니아 등 A급 전범 14명이 합사돼 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