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 단골손님 삼계탕, 최소한의 ‘동물복지’ 필요한 까닭은

입력 2020-08-15 09:01

말복인 15일처럼 복날이면 으레 떠오르는 음식이 있다. 국민 보양식으로 자리 잡은 삼계탕이다. 몸에 좋은 각종 재료가 들어가지만 뭐니뭐니해도 주재료인 닭의 품질이 가장 중요하다. 어떤 닭을 쓰느냐가 맛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육계로도 불리는 닭의 맛을 좌우하는 순간은 도계 과정이다. 어떻게 죽이느냐에 따라 품질이 극명하게 바뀐다. 과거만 해도 이 과정은 야만적이었다. 공장식 사육과 밀집 운송, 전기 충격으로 기절시킨 후 죽이는 모든 과정에서 닭이 스트레스를 받았다. 품질은 품질대로 저하되고 잔인한 도축 과정은 수시로 구설수에 오르내렸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최근 이를 변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동물복지 도계’라 부른다.

‘동물복지 도계’란
우선 운송 과정부터가 다르다. 과거만 해도 닭을 키우는 농가에서 도계장으로 운송하는 방식은 닭을 잡아 트럭 짐칸에 던져 넣는 식이었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부터 닭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물복지형 도계는 케이지(닭장)와 비슷한 형태의 상자에 다 자란 닭을 나눠서 담는다. 이를 차곡차곡 트럭에 실어 운반하기 때문에 트럭에 밀어 넣는 식의 과거 방식보다는 스트레스가 덜하다.


상자로 운송된 닭은 도계장에 도착한 뒤 상자 채로 도계 과정에 돌입한다. 수면 가스를 통해 잠이 드는 과정을 거친다. 잠든 닭은 상자를 떠나 도계 장소로 옮겨진다. 도계 전 과정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샤클’에 거꾸로 매달린 뒤 죽음에 이른다. 최소한 죽을 때 고통은 없다고 한다. 이후 피를 뽑고 털을 제거하는 작업이 이어진다.

예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방식이다. 과거에 도계장으로 옮겨진 닭은 살아 있는 채로 거꾸로 매달렸다. 사람이 할 수밖에 없는 작업이다보니 닭의 스트레스는 사람에게 전염됐다. 업계 관계자는 “닭을 매달 때 손을 쪼아대는 통에 상처가 성할 날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닭도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이다. 죽는 순간에도 고통이 수반됐다. 전기 충격으로 기절시키는 식으로 닭을 가공했기 때문이다.

두 과정은 품질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스트레스로 인한 육질 차이도 있지만 가장 큰 차이는 맛에 영향을 미치는 피가 얼마나 남느냐다. 수면가스를 이용할 경우 닭고기에서 피를 완전히 뺄 수 있다고 한다. 반면 전기 충격은 모세혈관을 터뜨린다. 닭 비린내를 유발하는 피가 아무래도 닭고기에 남을 수밖에 없다.


한층 진화한 도계장
국내에서 이와 같은 시스템을 도입한 대표적인 곳으로는 식품 기업인 하림이 꼽힌다. 하림은 2300억원을 투자해 동물복지 도계가 가능한 스마트 공장을 지난해 완공했다. 전북 익산시 본사에 구축한 12만3429㎡의 시설은 잠든 닭을 매다는 작업 외에 모든 과정을 자동화했다.

이 시설의 또 한 가지 특징은 닭고기를 냉각하는 방식이다. 닭고기의 맛을 유지하려면 도계 후 곧바로 영상 2도 이하로 냉각해야 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도계한 닭은 차가운 물로 냉각한다. 하지만 이 시설에서는 닭고기가 차가운 공기로 200분에 걸쳐 냉각된다. 물로 냉각할 경우 닭고기에 물이 스며들어 요리를 할 때 육즙이 물과 함께 빠진다고 한다. 공기로 냉각할 경우 이런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 박길연 하림 대표이사는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에서도 아직 전기 충격으로 닭을 기절시키는 방식을 쓴다. 이런 형태의 공장은 미국에도 없다”고 설명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