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 정책 등을 놓고 정부와 대치중인 의료계가 14일 예고했던 집단휴진을 강행했다. 우려했던 ‘의료대란’이 벌어지진 않았지만 의료기관 3분의 1이 휴업하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정부와 의료계 간 입장차가 여전해 당분간 강경 대치 상태가 이어질 전망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 기준으로 전국 3만3836곳의 의원급 의료기관 중 31.3%인 1만584곳이 휴진 신고를 했다. 전공의들만 참여한 지난 7일과는 달리 이날은 개원의가 ‘의료파업’을 주도했다.
다만 대형병원의 응급실과 중환자실, 투석실, 분만실 등의 필수인력은 파업에서 빠졌다. 또 종합병원들이 전공의 공백을 전문의로 대체하면서 우려됐던 의료대란은 피했다. 다만 휴진 의원을 찾아간 환자들이 헛걸음을 하거나 일부 병원에서 외래 진료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등의 불편은 있었다.
집단휴진 계획 철회를 지속 촉구해온 정부는 유감을 표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의협이 요청한 협의체 구성을 수용하고 진료과목·지역 불균형 해소 등을 논의하자고 제안했지만 휴진을 결정한 데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집단행동을 중단하고 협의의 장으로 들어오겠다고 한다면 정부는 즉시 논의를 시작할 준비가 돼있다”고도 덧붙였다.
정부는 만약의 의료공백에 대비해 대한병원협회 등에 연장 진료 등 비상진료체제 운영을 요청했다. 또 지역 내 의료기관의 휴진 비율이 30%를 넘기면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의료기관에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도록 했다.
그러나 의협은 정부의 대화 제안에 대해 “진정성이 없는 ‘답정너’식 요구”라며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협 관계자는 “의대생과 전공의 등이 분노하는 지점은 정책 결정의 절차적 정당성 결여”라며 “당사자는 빼놓은 채 일방적으로 정책을 발표한 뒤 세부 방향성만 협의로 조율하겠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원점에서 정책을 재검토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추후에도 집단 행동, 집회 등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의협 입장이다. 또 과거 협회 주도로 이뤄진 파업과는 달리 개별 당사자들의 의견이 상향식으로 모이는 양상이기에 봉합이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의협 관계자는 “향후 행동 계획과 관련해서는 계속 고민 중”이라며 “가장 강경한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여론이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7일과 14일 단체휴진에 참여하지 않은 필수인력들은 앞으로도 동참하지 않을 공산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직업윤리 차원의 문제뿐 아니라, 중대한 의료공백이 발생할 경우 국민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의협,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의료계 단체들은 현 정부의 의대 정원 4000명 확대, 공공의대 신설, 한방첩약 급여화, 원격의료 정책을 ‘4대악 의료정책’으로 규정해 철폐를 촉구해왔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