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 여아 학대 계부·친모 첫 공판…일부 혐의 부인

입력 2020-08-14 15:38
아동 학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창녕 9살 아동 학동 사건' 친모가 14일 오후 창원지법 밀양지원에서 열리는 1심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딸에게 화상을 입혔다는 등 일부 혐의에 대해 기억하지 못한다”

10살 여아를 잔혹하게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계부(36)·친모(29)가 심신미약 등으로 인해 기억이 온전치 않다며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상습 아동학대 등 혐의로 기소된 계부·친모에 대한 첫 공판이 창원지법 밀양지원에서 형사1부(김종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검찰은 공소사실 요지를 통해 “피고인들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딸을 학대하며 세탁실 등에 감금하거나 다락방에서 지내게 했다”며 “다른 가족이 먹다 남긴 밥을 주고 이마저도 비닐봉지나 플라스틱에 담아주는 등 피해 아동의 의식주를 상습적으로 방임했다”고 말했다.

변호인 측은 대부분 혐의를 인정하지만, 일부 범행에 대해서는 계부·친모가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글루건으로 딸에게 화상을 입혔다는 등 일부 혐의에 대해 피고인들이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인하겠다”며 “친모의 경우 흥분하면 ‘윙~’하는 소리가 나며 머리가 백지가 돼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는 상태였다”고 변론을 펼쳤다. 앞서 친모는 조현병 등으로 치료한 이력이 있다.

이어 “혐의를 시인한 부분에 대해서도 정신이 온전치 않았으며 심신미약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면서 “정신감정을 신청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보면 학대 시기가 너무 광범위하고 폭행 혐의도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창녕 아동학대 계부가 지난 6월 15일 경남 밀양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계부와 친모는 법정에 출석해 담담한 표정으로 재판에 임했으며 중간중간 변호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 부부는 올해 1월부터 4개월간 딸 A양을 쇠사슬로 묶거나 불에 달궈진 쇠젓가락을 이용해 발등과 발바닥을 지지는 등 학대를 자행한 혐의를 받는다.

고문과 같은 끔찍한 학대를 견뎌야 했던 A양은 5월 29일 집에서 탈출해 잠옷 차림으로 창녕 한 도로를 뛰어가다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

검찰은 이들 부부에게 상습 특수상해 외에도 감금, 상습아동 유기·방임, 상습 아동학대 등 혐의를 적용했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18일 열릴 예정이다.

창원=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