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134배 농경지 피해 입었는데…김정은 “외부 지원 허용 말라”

입력 2020-08-14 15:26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3일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6차 정치국 회의를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중호우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며 조속한 복구를 지시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복구 과정에서 “어떤 외부 지원도 허용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돌파 노선을 흩트리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 13일 노동당 제7기 16차 정치국회의를 주재하고 이 같이 결정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14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집과 가산을 잃고 임시 거처지에 의탁해 생활하고 있는 수재민들의 형편과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때에 다른 그 누가 아닌 우리 당이 그들을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며 인민들이 겪는 고생을 함께 하고 그것을 덜어주기 위해 그들 곁으로 더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이번 집중호우로 농경지 3만9296정보(390㎢), 살림집 1만6680여세대, 공공건물 630여동이 파괴·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여의도 134배 면적의 농경지가 추수철을 앞두고 피해를 입은 셈이다.

김 위원장은 노동당 창건 75주년인 오는 10월 10일까지 피해 복구를 마칠 것을 당부하면서도 “어떤 외부 지원도 허용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수해지원 물자와 함께 코로나19가 북한으로 유입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김 위원장은 “국경을 더욱 철통같이 닫아매고 방역사업을 엄격히 진행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올해 초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천명한 정면돌파 노선에 변화를 주지 않겠다는 뜻을 대내외에 재차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자력갱생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돌파하겠다고 선언했는데,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버리면 체면을 구기게 된다”며 “정면돌파 노선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지원만으로도 충분히 피해 복구를 할 수 있다는 계산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우리 정부에 ‘수해지원을 통한 남북 관계 개선은 없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최 실장은 “우리 정부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뜻도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수해지원 매개로 한 남북 당국 차원의 협력 및 관계 개선은 없다는 얘기다. 다만 통일부는 “인도적인 협력은 일관되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김 위원장은 그간 경제사령탑 역할을 맡아온 김재룡 내각 총리를 전격 해임했다. 김덕훈 노동당 부위원장이 신임 내각 총리로 임명됐다. 장기화된 대북 제재와 코로나19 사태에 최근 물난리로 가중된 경제난에 대한 책임을 김 전 총리에게 떠넘긴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핵·미사일 개발 주역 리병철 당 부위원장 겸 군수공업부장은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선출됐다. 지난 5월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선출된 데 이어 승승장구 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2017년 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 14형’ 발사 때 김 위원장을 수행했고, 지난 3월 북한판 에이태킴스(ATACMS)를 발사할 때 김위원장과 함께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