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차관 “유재수, 서초동 가겠구나 했는데 민주당 간다더라”

입력 2020-08-14 14:19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재수가 서초동(서울중앙지검) 간다고 생각했는데 민주당에 간다 해서 의아했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김미리) 심리로 열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공판에서 드러난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의 검찰 조사 당시 진술이다. 유재수 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 2017년 당시 청와대 감찰을 받으면서 곧 검찰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으로 가게 돼 이상하게 여겼다는 것이다. 김 차관은 유 전 국장에 대한 감찰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이었다.

김 차관은 ‘유 전 국장 (비위 감찰 사태는) 사표 수리로 정리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는 취지의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발언을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유 전 국장이 민주당 수석전문위원 자리를 희망했다는 말을 전달 받았다”며 “공무원직을 그만둬야 갈 수 있었기 때문에 사표를 낸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유 전 국장이 비위 의혹을 일으켰고 문책 차원에서 사표를 받도록 했다는 취지의 조 전 장관과 백 전 비서관 입장과는 결이 다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연합뉴스

김 차관은 조 전 장관의 2018년 12월 31일 국회 운영위원회 발언도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당시 조 전 장관은 유 전 국장에 대해 “비위첩보가 접수됐는데, 비위와 무관한 사적 문제가 나왔다”며 “백원우 비서관에게 금융위에 통지하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그러나 김 차관은 이 같은 사실을 통보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김 차관은 당시 백 전 비서관에게서 전화로 “유재수의 비위가 대부분 해소됐지만 일부 해소되지 않은 것도 있다. 금융정책국장 자리에 계속 있긴 어려우니 인사에 참고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에서 금융위 자체 조사나 감찰을 위해 전달한 기초자료는 없었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 측 변호인은 반대신문에서 “검찰은 민주당 전문위원이 대단한 자리라 하지만 실제로 어떻느냐”고 김 차관에게 물었다. 유 전 국장에게 특혜를 줬다는 검찰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이에 김 차관은 “썩 선호하진 않는다”며 “영전이라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이어 변호인은 “(유재수가) 국장 자리에 있기 어려울 것 같다는 백 전 비서관 말이 사표를 내라는 완곡한 표현일 수 있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그러자 김 차관은 “그때 당시는 보직해임 정도로 여겼다”며 “의원면직 정도의 의도였을 수 있겠다고 사후에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변호인이 “보직해임돼도 금융위 내에서 다른 곳에 못 가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김 차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