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이 검찰 직제개편안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부정적 의견을 법무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의 검찰 직제개편안에 대해서는 일선 검사들의 거센 반발이 제기된 상태다. 법무부가 대검의 ‘신중 검토’ 요청을 묵살하고 현재의 직제개편안대로 강행할 경우 대검 수뇌부와의 갈등 구도가 일선 검사들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대검은 14일 “법무부의 검찰 직제개편안에 대한 의견 요청에 따라 대검은 일선청의 의견을 수렴해 전날 회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검토 의견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 내부적으로 의견을 교환한 것”이라며 “외부에 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법무부 관계자도 “내부 논의 중인 사안이라 알려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대검이 법무부에 전달한 의견에는 직제개편안의 구체적인 내용별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일선 상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11일 대검과 일선 검찰청에 ‘2020년 하반기 검찰청 직제개편안’ 공문을 보내고 의견을 회신해달라고 요청했다. 법무부가 만든 검찰 직제개편안에는 대검 조직을 대폭 축소하고 형사부를 공판준비형 검사실로 개편, ‘1재판부 1검사 1수사관제’를 정착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검찰 내부에서는 ‘법무부발(發) 검찰 직제개편안’에 대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앞서 정유미 대전지검 부장검사는 지난 12일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조잡한 보고서로 검사들의 시간을 낭비하게 하고,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했다”고 비판했다. 차한성 전 대법관의 아들인 차호동 대구지검 검사는 지난 11일 “아무런 연구나 철학적 고민이 없다”고 성토했다. 정희도 청주지검 부장검사도 댓글로 “의견조회 기간이 너무 짧다. 사실상 개편안을 밀실에서 확정한 뒤에 통과의례”라고 지적했다.
일선 검사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김태훈 법무부 검찰과장은 전날 “직제개편안의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주무과장으로서 검찰 구성원들께 우려를 드린 점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이번 개편안은 일부 청의 직접수사 부서 개편, 대검 조직개편, 서울중앙지검 차장 산하 조정 등에 방점이 찍혔다고 했다. 일선 검사들의 반발이 거셌던 형사․공판부 조직개편은 당장 이달 국무회의에 올리진 않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일선 검사들까지 크게 반발한 만큼 추가 조율에 나설 가능성도 남아 있는 셈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12일부터 오는 17일까지 연차휴가를 낸 상태다. 법무부 관계자는 “추 장관이 돌아오면 관련 논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법무부는 대검이 제출한 의견을 바탕으로 검토를 거쳐 법령 개정안을 국무회의에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남은 국무회의는 18일과 25일이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