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라는 이름과 상징색인 분홍색은 잘못 없다. 이름과 색깔 때문에 선거에서 졌고, 선거 마케팅 효과를 얻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혁신의 걸림돌이다. 4·15 총선 패배는 우리 당의 콘텐츠가 문제였다.”
통합당 당명 개정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수민 홍보본부장은 16일 국회 본관 사무실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겉모습인 당명 개정뿐 아니라 내면인 당 혁신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연일 파격적이고 참신한 백드롭(배경 현수막)을 만들어내 정치권에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김 본부장은 “당명 개정만으로 당의 전체 이미지가 극적으로 좋아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렇지만 당명 개정이 우리 당 조직을 혁신하는 시발점이자 출발점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번 당명 개정 작업이 새로운 혁신으로 가는 전기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통합당은 13일부터 21일까지 당명 개정을 위한 대국민 공모를 진행한다. 공모작들을 추려 지도부에서 논의한 후 최종 당명은 오는 31일 공개할 방침이다.
김 본부장은 김 위원장이 세 글자 당명을 제안한 것에 대해서는 “글자가 세글자이기보다는 당명이 국민에게 쉽게 스며들 수 있게 간결성과 명확성을 강조한 것”이라며 “또 단어가 국민에게 주는 실체적 효용성과 직관성이 확보됐으면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 생각이 열려 있어 당이라는 단어를 빼도 되지 않냐는 의견도 주셨다”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같은 정치적 목표와 목적, 비슷한 정치철학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조직인 정당의 행동강령이 되는 구체적 방향이 새 당명에 담겼으면 한다”며 “특정한 이념색이나 정치권에서 활용되는 이념적 언어는 들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명 공모 응모에 참고사항을 말했다.
김 본부장 취임 후 통합당 백드롭은 송곳 같은 메시지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렇게 해도 안 떨어져요, 집값’(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실언) ‘아름다운 수도, 서울 의문의 1패’(이해찬 민주당 대표 발언 논란)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부동산입법 단독 처리) 등은 촌철살인으로 평가 받았다.
김 본부장은 뜨거운 백드롭 반응에 대해 묻자 “홍보국 출구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너무 힘들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백드롭이 화제가 되는 건 사실 그만큼 국민과의 소통에서 0점이었다는 걸 보여주는 방증”이라며 “국민이 우리 당에서 내보내는 메시지에 갈급해 있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 본부장은 백드롭 외에 국민과의 소통을 확대하기 위해 뉴미디어 전략도 심도 있게 고민 중이다.
김 본부장은 김 위원장의 19일 광주 방문에 맞춰서도 백드롭을 준비 중이다. 그는 “우리 당 지도부가 광주에 간다는 건 과거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용기를 내는 지점”이라며 “우리가 지금 국민과 함께 하기 위해서 해야 하는 최선의 노력은 이런 것이기 때문에 광주와 관련한 메시지가 붙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통합당 백드롭은 수해 복구에 초점을 맞춘 ‘지금, 우리가 할 일은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였다.
김 본부장은 백드롭 중 가장 만족스러운 걸 묻자 “진성준 민주당 의원의 발언을 옮긴 ‘그렇게 해도 안 떨어져요, 집값’ 같다”며 “비대위 사전회의에서도 처음 보는 접근의 형태였기 때문에 싫다, 좋다 반응도 없었고 파격적이라는 평가만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의문의 1패’라는 표현을 놓고도 당내 50대 이상은 잘 이해를 못했고, 50대 미만은 좋다고 칭찬이 이어졌다. 이런 표현을 계속 써 우리 당이 좀 더 유연해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20대 총선에서 과거 국민의당 비례대표로 당선됐던 김 본부장은 이번 4·15 총선에서는 통합당 후보로 청주 청원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김 본부장은 “나를 위한 백드롭 카피를 만든다면 ‘어제의 마침표를 찍자’를 쓸 것 같다”며 “혁신의 가장 큰 무기는 의심인데, 더 나은 대안이 있는지 계속 고민하고 자신을 가혹하리만큼 의심해야 하는 게 정치인이다. ‘어제의 마침표’를 찍지 못하면 내일로 나아가는 정치인으로 발돋움 할 수 없다고 본다”라고 자신의 정치 인생 모토를 설명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