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중률 90%라는 북한 기상청 ‘기상수문국’…실상은?

입력 2020-08-15 07:00
리영남 북한 기상수문국(기상청) 부대장은 8월 2일 조선중앙TV에 출연해 "앞으로 장마전선이 저기압골과 합류되면서 이 보다 더한 폭우를 동반한 많은 비가 내릴 것이 예견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기록적인 폭우가 한반도를 강타한 가운데 북한 비 피해 관련 보도도 쏟아지면서 다소 생소한 용어가 눈길을 끈다. ‘기상수문국’. 우리 기상청에 해당하는 기상수문국에 대해 알아봤다.

평양에 위치한 기상수문국은 기상 관측은 물론 수문·해양 관련 업무도 담당하면서 ‘기상’에 ‘수문’이라는 명칭이 더해졌다고 한다. 1946년 7월 농림국 산하 ‘중앙기상대’로 발족해 1995년 독립부처로 승격했다. 세계기상기구(WMO)에는 1975년 5월 가입했다.

특히 기상수문국에 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관심은 각별하다. 김 위원장은 2014년 6월 최고지도자로서는 처음 기상수문국을 현지지도했다. 김 위원장이 미래과학자거리에 가장 먼저 입주시킨 정부기관도 기상수문국이었다.

김 위원장이 기상수문국에 공을 들이는 까닭은 장마철만 되면 연례행사처럼 발생하는 수해 피해 때문이다. 무분별한 산림 벌채와 낙후된 배수시설 등으로 물난리에 특히 취약하다. 이달 초 김 위원장이 두 차례 방문한 황해북도 은파군의 경우 집중호우를 대비했음에도 여의도 2배 면적의 농경지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정확한 기상 관측으로 사전 대비를 더욱 철저히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기상수문국 현지지도 당시 “(기상 관측에) 오보가 많다”고 지적하며 현대화와 과학화를 주문했다.

기상수문국은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는데 힘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기상수문국은 자신들의 일기예보 정확성이 90% 이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날씨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15분 간격으로 단기·중기 예보를 제공하는 등 접근성을 높이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기상예보 수준은 아직도 우리의 1990년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상 관측을 하는 데 주효하게 쓰이는 슈퍼컴퓨터와 기상 위성 등이 북한에는 없다”며 “평양 등을 제외하면 아직도 사람들이 직접 온도를 재는 등 기상 관측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일상적인 수준의 예보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반적인 날씨 흐름은 파악할 수 있지만, 자체 기술만 갖고는 ‘어느 지역에 몇 ㎜ 비가 내리겠다’는 식의 예보가 어렵다는 얘기다.

WMO도 2011년 기상수문국 방문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기상 장비, 예보 체계 등이 매우 오래되고 뒤쳐졌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400만 달러 정도가 국제사회로부터 지원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