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법원 내부 비리에 대한 수사 확대를 막기 위해 수사기밀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이 전 법원장은 “검찰의 무리수”라며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부장판사 김래니) 심리로 13일 열린 이 전 법원장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전 법원장은 2016년 8~11월 서울서부지법 소속 집행관사무소 사무원의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를 숨기기 위해 수사기밀을 유출한 혐의(공무상비밀누설)를 받고 있다. 법원 직원에게 8차례에 걸쳐 집행관사무소 비리에 관한 영장청구서 사본과 관련자의 검찰 진술내용 등을 신속히 입수해 보고하도록 한 혐의(직권남용)도 있다.
검찰은 이 전 법원장에 대해 “헌법상 영장주의 취지를 오염시키고 훼손했으며, 조직 보호를 위해 직권을 남용했다는 점에서 범행이 매우 중대하다”고 지적했다. 이 전 법원장이 법원 내 영장기록은 어떻게 활용하든 문제가 없고 내부 보고가 이뤄지는 것은 정당하다는 취지로 항변한 것에 대해선 “헌법상 재판의 독립, 법관의 독립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반박했다.
이 전 법원장은 “검찰이 무리수를 뒀다”며 “당시 법원장 직책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기소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서부지법 법관이나 직원을 조사하며 겁을 주고 회유해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모멸감을 느꼈을 것을 생각하면 법조 선배로서 당시 기관장으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변호인도 “수사 방해 목적은 존재하지도, 입증되지도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 전 법원장은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되면서 재판업무에서 배제돼 사법연구 발령을 받았다. 연구기간은 오는 31일까지다. 이 전 법원장의 1심 선고는 다음 달 18일 진행될 예정이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