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재판에서 종이문서 사라진다…법무부, 전자화 입법예고

입력 2020-08-13 17:57
13일 서초동 서울고검에서 심우정 법무부 기조실장이 '형사사법절차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입법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횡령 혐의로 기소됐던 이명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지난 2018년 재판에서 수사기록 복사에만 3000만원이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이 전 대통령의 수사기록은 8만 페이지였다. 장당 복사비가 50원이라 400만원이 들어간다. 변호인 7명이 함께 보기 위해 7세트를 복사하는데 추가 비용이 또 들어갔다.

검찰은 대형 사건을 기소할 때면 방대한 기록을 법원에 넘기기 위해 트럭을 활용하는 이른바 ‘트럭 기소’를 한다. 변호인들은 사건 기록 복사에만 몇 주일이 걸렸다. 형사사건에서 종이기록만 인정하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이런 비효율적인 업무를 개선하기 위해 형사사법절차를 완전 전자화한다. 일반 국민들도 형사 재판에서 더 쉽게 기록을 받아볼 수 있게 돼 방어권 보장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법무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형사사법절차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13일 밝혔다. 법률이 시행되면 수사부터 재판까지 모든 문서의 작성, 제출, 관리 등이 완전 전자화된다.

현재 전자소송은 행정소송은 99.9%, 민사소송은 77.2%가 전자소송으로 진행될 정도로 정착됐다. 다만 형사재판은 여전히 종이문서를 기반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서류를 열람하고 복사하기 위해 기관을 찾아야하는 등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불편을 겪어왔다. 종이기록은 한명이 검토하고 있으면 다른 사람이 볼 수 없기 때문에 추가로 여러 세트를 복사해야 했다. 키워드 검색도 하기 어렵기 때문에 신속한 검토도 어려웠다.

제도가 시행되면 사건 당사자들이 기관에 출석하지 않고 컴퓨터 등을 이용해 서류, 증거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 고소장도 직접 검찰청을 찾을 필요 없이 파일 형태로 업로드할 수 있게 된다. 또 조서도 전자서명 후 전자적으로 작성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향후 비대면 화상조사도 본격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재판 단계에서도 전자화된 문서를 통해 신속하게 기록을 확인하는 게 가능해진다. 증거기록 복사 때문에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비용도 대폭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이번 법률 제정안에 대해 변호사 단체, 학계 등 다양한 목소리를 들은 후 오는 10월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