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식업계에서 코로나19 확진자 관련 이슈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외식업계 방역에 다시금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달 22일 할리스커피 선릉역점에서 5명이 감염되고 지난 6일 롯데리아 ‘광진구 모임’에서 11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외식업계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는 데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테이크아웃의 일상화와 식당, 카페 등 외식업체의 환경 개선이 함께 이뤄지지 않는 한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란 쉽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비자들이 개인적으로 방역수칙을 잘 지키는 것만으로는 마스크를 벗고 음식을 먹어야 하는 외식업 특성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13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기준 서울 롯데리아 종사자 모임과 관련해 11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또 지난 9일 코로나19 확진자가 스타벅스 더양평DTR점에 다녀간 것으로 확인돼 해당 지점은 12일 임시 폐쇄 후 방역조치 뒤 이날부터 정상영업 중이다. 외식업계는 업계에서 이어지는 확진자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방역에 더욱 힘쓰고 있다.
지난달 집단감염 발생을 겪었던 할리스커피는 1일 1회 모든 장비와 기물, 접객 공간 등에 대해 청소 및 소독을 실시하고 있으며 모든 근무자들이 마스크와 라텍스 장갑을 착용하고 개인의 건강상태도 매일 체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고객 밀집도가 높은 주요상권의 매장에 테이블 간격을 조정하고 주문 시 거리를 두도록 가이드라인을 표시하는 것을 추가로 실시한다고 덧붙였다. SNS를 통해서도 확진자 발생 사실 및 방역활동을 공유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사실을 통보받은 후 곧바로 더양평DTR점을 폐쇄하고 방역 조치를 취한 뒤 소비자들에게 해당 사실을 알렸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현재 더양평DTR점의 경우 출입문을 한 곳만 운영해 입장시부터 발열을 체크하고 손소독제를 직접 고객 손에 뿌려주고 있다”며 “이외에도 30분 단위로 파트너들이 손잡이, 테이블 등을 일일이 소독하고 지역별 집단감염 상황에 따라 좌석을 빼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롯데GRS는 롯데리아 직원 19명이 모여 11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음에도 소비자에게 별도의 공지를 하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 전날 오후 6시쯤 공지사항을 올렸지만 ‘늦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이에 대해 롯데GRS 관계자는 “해당 모임에 참석했던 직원들이 검사받은 시기가 다 달라 정확하게 감염여부를 전달받고 난 뒤에 공지하려다보니 그 시점이 늦어졌다”며 “현재 종각역점을 포함해 7개 매장은 모두 영업을 중단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지난 6일부터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마련한 카페 방역수칙이 시행되고 있다. 카페 이용자는 식음료를 먹거나 마실 때를 제외한 모든 때에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며 혼잡한 시간대에는 카페에 방문하지 않되 불가피할 경우 포장을 하거나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하라는 것이다. 또 카페 관리자와 종사자는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마스크 착용 안내문을 시설 내에 비치할 것, 단체 손님을 대상으로 예약제를 운영할 것 등도 수칙에 담겼다.
이 같은 수칙에 따라 카페들은 좌석 간 거리두기 시행을 위해 좌석을 줄이고, 마스크를 써야만 대면 주문이 가능하며 되도록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할 것을 안내하고 있다. 커피빈코리아는 지난 10일부터 매장 내 테이블 수를 줄이고 거리두기 안내문을 부착했다. 이디야커피는 다음주부터 ‘코로나19 카페 생활방역지침 강화’를 시행하고 ‘마스크 착용 및 거리두기 안내’ 스티커 부착 및 환기, 청소, 소독 등 방역 수칙 점검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기로 했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배달과 테이크아웃이 늘었다”며 “한 사람이 대표로 와서 여러 사람의 음식을 테이크아웃 해가는 경우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외식업계는 최대한 손님과의 대면접촉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배달메뉴를 도입하거나 배달업체와의 제휴를 늘리고 있다.
다만 외식업계는 정부가 주문한 ‘식음료 취식을 제외한 모든 때에 마스크 착용’이 실생활에서 이뤄지기 어렵다는 데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다른 외식업계 관계자는 “대책이 나오긴 했어도 사실 소비자들이 항상 지키기는 어렵다보니 현실성이 조금 떨어지지 않나 싶다”며 “현실적인 방역수칙이 나와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람이 몰리고 개인간 간격이 유지되지 않는 곳을 소비자가 최대한 방문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하면서도 근본적으로 외식업체들의 환경을 바꾸지 않으면 감염 확산을 막기가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식당이나 카페는 코로나19 감염자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인데 최근 들어 긴장이 느슨해지고 또 비도 많이 오면서 실내로 사람이 몰리다보니 환자가 많이 늘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테이크아웃을 해서 최대한 외부에서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식당 및 카페에서 테이블마다 간격을 2m 이상 넓히고 에어컨 바람이 사람에게 직접 내려오지 않도록 장비를 설치하는 등 감염이 발생하지 않는 방향으로 환경을 바꿔야 한다”며 “정부가 외식업체의 시설 및 환경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 제시해야 하되 업체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보완해야 될지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