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국면 속에서 미국과 밀착하고 있는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이 중국의 위협에 맞서 미국과 안보 협력을 더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전날 미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가 진행한 화상회의에서 두 번째 임기 동안 최우선 추진할 과제로 ‘미국과 건설적인 관계를 추구하고 대만의 국방력을 강화하는 것’을 꼽았다.
차이 총통은 “2300만명의 대만인들은 우리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권한이 있으며 이는 중국이 취한 입장과는 정반대”라며 “이러한 원칙을 지키려면 강압적인 행동으로부터 대만을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만은 이를 위해 내년 국방 예산을 올해 대비 10% 이상 증액한 4534억대만달러(약 18조2400억원) 규모로 편성할 방침이다. 이는 대만 국내총생산(GDP)의 2.4%에 해당한다.
차이 총통은 동시에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 개선을 위해 중국 정부와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양측이 서로의 성공과 업적들을 나누는 더 나은 미래가 있다는 기대감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양쪽 모두 상대방이 존재한다는 점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권위주의 국가에 맞서기 위해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같은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국가와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을 독립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 역시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이 원칙을 인정하고 대만과 단교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 대만 사이에 정부 고위급 인사 교류가 이어지는 등 양국 관계가 점점 긴밀해지고 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