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열 초점] 롤드컵, 코로나·미중분쟁 뚫고 열릴까

입력 2020-08-16 00:05 수정 2020-08-16 03:31
지난해 11월1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아르코호텔 아레나에서 열린 ‘2019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 현장 풍경.라이엇 게임즈 제공

라이엇 게임즈가 ‘2020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개최를 공식화하며 세계 e스포츠 팬의 시선이 중국 상하이로 향하고 있다. 한때 코로나19 확산으로 롤드컵 개최는 먹구름이 끼는듯 보였지만 주최측은 오는 9월 25일부터 10월 31일까지 약 5주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다고 공표했다. 중국 당국이 오프라인 행사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여럿 깜빡이며 롤드컵 개최에 점점 힘이 실리고 있다. 온전치 않은 국제 정세 속에서 불확실성을 불식하고 롤드컵이 무사히 막을 올릴지 이목을 산다.

中 정부, 오프라인 행사 허가 기조

롤드컵은 한국을 포함한 12개 지역 리그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팀들이 모여 최강팀을 가리는 세계 최고 규모의 e스포츠 대회다. 10대부터 40대까지 폭 넓은 시청자를 보유한 덕에 월드컵, 올림픽 등 기성 프로스포츠 국제대회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롤드컵 결승의 경우 최고 동시 시청자수가 4400만명에 달했다.

당초 올해 롤드컵은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세가 지속되며 안갯속이었지만 중국 당국이 각종 오프라인 행사 개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면서 롤드컵 개최도 덩달아 파란불이 켜졌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은 코로나19의 성공적 방역을 과시하며 ‘일상으로의 복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이달 1~10일 기준 중국 본토 신규 확진자가 376명(해외유입 포함)이었다고 발표했다. 하루에 20~30만명의 확진자가 세계적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중국 당국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인구 대비 굉장히 성공적인 방역을 해내고 있는 셈이다.

최근 중국에선 각종 행사가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선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산둥성 칭다오시에서 3주 일정으로 진행 중인 중국 최대 맥주 행사 ‘칭다오 맥주축제’가 대표적인 예다. 행사장 입장 시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았음을 표시하는 ‘건강QR코드’를 의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또한 발열 검사와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올해 상하이에선 롤드컵과 중국 최대 게임전시회 ‘차이나조이’가 잇달아 열린다. 두 오프라인 행사를 떠안은 부담이 자못 클법하지만 상하이시의 입장은 확고했다. 올해 초부터 상하이시는 “두 행사는 결코 연기되거나 취소되지 않을 것”이라며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 차이나조이는 지난달 31일부터 나흘간 상하이 신국제엑스포센터에서 큰 탈 없이 진행돼 이목을 샀다.

비자 발급도 재개되는 모양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외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했던 중국은 지난 5일 한국에 한해 입국 완화 조치를 취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에 들어왔다가 다시 중국에 가지 못한 교민, 유학생, 취업자 등이 대상이다. 입국 완화에 맞춰 전세기도 증편됐다. 다른 국가의 비자 발급도 순차적으로 허용될 거란 평가가 나온다.

한국인에 대한 중국 비자 발급이 재개된 5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 마련된 중국비자센터에서 방문객들이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3월 말부터 외국인 입국을 막아온 중국이 입국 완화 조치를 취한 국가는 한국이 처음이다. 윤성호 기자

잡히지 않은 코로나19, 외교 갈등도 걸림돌

롤드컵 개최의 긍정적 신호가 여럿 반짝이고 있지만 여전히 무시못할 큰 변수가 산재해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우려가 크다.

중국 정부가 오프라인 행사를 부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지만 롤드컵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12개 지역에서 선수, 코칭스태프, 팀 관계자 등이 한 곳에 모여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이 있다. 행여 한 팀이라도 중국 입국에 차질이 생길 경우 대회 파행이 불가피하다. 이번 롤드컵은 중국·유럽 4팀, 한국·북미 3팀, 동남아시아·베트남 2팀, 브라질·터키·일본·라틴 아메리카·오세아니아·독립 국가 연합 1팀이 참가한다.

13일 기준 전 세계엔 33만명을 웃도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특히 미국(5만5176명), 브라질(10만7315명), 독일(1319명) 등 롤드컵 참가국들의 확진자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롤드컵 전 백신 개발이 이뤄질 가능성도 극히 낮다. 백신 개발이 유력한 미국 제약사 모더나의 경우 임상 3상 시험 참가자를 이제 막 모집하는 단계다. 10월경 시험이 시작되어도 40일의 기간을 거쳐야 효력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러시아에서 백신 개발을 공표했지만 2차 임상 시험 결과조차도 자세히 공개하지 않아 효과와 안정성에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선수들에게 접종할 수 없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내년 초에나 백신이 개발되고, 상용화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제 정세도 걸림돌이다. 코로나19 책임론, 홍콩·대만 독립 문제, 무역 관세 등을 놓고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양국은 영사관을 폐쇄하고 주재 기자 비자 발급을 거부하는 등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여기에 유럽연합(EU) 등 서방국가도 중국을 향한 비판 대열에 가세하는 추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비자 발급은 전적으로 중국 당국의 방침에 따라 결정된다. 중국은 코로나19 창궐 이후 외국인의 비자 발급을 거의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 탓에 중국발 항공편 또한 극히 제한적으로 운행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비자 발급 및 항공편은 전적으로 라이엇 게임즈가 도맡아 처리하고 있다. 텐센트와 라이엇 게임즈(센트럴·차이나)가 상하이시와 긴밀한 협의 하에 각국의 비자 발급을 돕고 있다고 한다. 다만 팀별로 선수와 코칭스태프, 소수의 관계자만이 비자 발급이 허가된다. 지난해 대비 대폭 줄어든 규모인 것으로 전해진다. 1·2시드 팀과 3시드 팀의 출국일은 별도 안내된 상태다.

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국제 정세가 매우 혼탁한 상황이다. 모든 지역의 팀이 차질없이 합류하고, 이후 한 달간의 체류기간 동안 선수들의 안전·건강이 얼마큼 보장되느냐가 이번 롤드컵의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이엇 게임즈 한국 오피스 관계자는 “엄중한 상황임을 인지하고 있고, 그만큼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면서 “대회 진행을 위해 한국 오피스에서도 필수 인원이 출장을 간다. 출장 규모가 상당히 줄어들었지만, 선수의 안전·보건에 있어서 일말의 문제가 없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 선수들의 편의도 최대한 고려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라이엇 게임즈 센트럴 “전례 없는 시기…긴밀히 소통 중”

라이엇 게임즈는 일단 롤드컵이 예정대로 개최될 것으로 보고 만발의 준비를 하고 있다. 라이엇 게임즈 미국 본사(센트럴)는 최근 국민일보가 보낸 질의에 답변을 보냈다. 센트럴은 “대규모 국제 행사에 적용되는 각종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중국 당국과 지속적으로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롤드컵은 예정대로 열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롤드컵을 안전하게 진행하고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큰 걸림돌인 비자 발급에 대해선 “전례 없는 시기이기에 라이브 스포츠 이벤트를 제작하는 데에 예년에 비해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며, 각 지역 리그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센트럴은 “중국 현지 팬은 물론 전세계 시청자 모두에게 기억에 남을만한 롤드컵을 만들기 위해 상하이시와 매우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 상하이시는 e스포츠를 우선 순위에 올려두었고, 롤드컵과 같은 규모의 국제 행사를 치르는데 필요한 다방면의 자원과 역량을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