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지역에도 이어지는 ‘덕분에’, 도움 손길 잇따라

입력 2020-08-13 14:51 수정 2020-08-13 15:00
지난 2일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침수 산사태 도로·교량유실 등의 피해가 발생한 충북 제천 봉양읍엔 11일 만에 비구름이 걷혔다. 13일 방문한 제천 대덕교회(김상진 목사)에는 햇살보다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피해소식을 듣고 복구를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청주 주성침례교회(박장호 목사) 세종 사랑샘교회(유병수 목사) 성도들이다.
청주 주성침례교회(박장호 목사) 세종 사랑샘교회(유병수 목사) 성도들이 13일 충북 제천 봉양읍을 방문해 최근 집중호우로 토사가 밀려온 비닐하우스 내부를 정리하고 있다. 제천=신석현 인턴기자

두 교회 성도들은 지역 내 중장비가 투입되는 현장 외에 마을 주택이나 농가엔 복구 인력이 부족하다는 얘길 듣고 성도들과 이날 새벽에 나섰다. 박장호 목사는 “나이, 성별, 봉사자의 많고 적음을 떠나 위기의 때에 이웃을 위해 누군가 돕고 있다는 게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삽을 들었다.

작업복에 목장갑, 장화를 신은 성도들은 토사가 밀려와 쌓인 비닐하우스 정비 작업부터 시작했다. 각종 농작물이 침수돼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비닐하우스 안은 이내 진흙과 삽의 마찰음, 거친 호흡으로 가득 찼다. 목에 두른 수건은 20여분 만에 물에 적신 듯 땀으로 흠뻑 젖었다.

김상진 목사는 “국민일보를 통해 피해 소식이 알려진 직후 광염교회(조현삼 목사)에서 보내준 긴급구호키트가 마을 주민들에게 큰 힘이 됐고 소속 교단인 예장대신 총회(총회장 황형식 목사), 인근 지역 교회 성도들, 군부대 장병들, 신대원 동기 목회자 등 피해복구에 도움을 주겠다고 나선 이들이 협력해 마을 곳곳에 쌓인 토사를 치워줬다”며 감사를 전했다.

이어 “국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헌신하는 의료진을 격려하며 ‘덕분에 챌린지’를 펼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는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했던 수해 현장이 성도들의 자원봉사 덕분에 회복되는 모습을 보며 더 큰 감동을 느낀다”고 말했다.
충북 제천 봉양읍에 지난 2일부터 이어진 집중호우와 장맛비로 뿌리까지 뽑힌 채 토사와 함께 쓸려내려온 나무들이 쌓여 있다. 제천=신석현 인턴기자

도움이 이어지고 있지만 회복을 향해선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주민 대부분 농작물 침수 피해를 입었고 일부는 주택과 축사가 떠내려가는 등 큰 피해를 입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재난지원금을 받더라도 충분치 않아 집을 먼저 고치자니 망가진 농기구, 논밭 등 생계를 위한 준비에 문제가 생기고 농사를 우선순위에 두자니 거주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김 목사는 “워낙 갑작스럽게 큰 피해를 당한터라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에 트라우마 증상을 보이는 주민들이 많다”며 “환경적 복구는 물론 정신적 복구를 위해 주민들을 보듬고 위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천=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