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영 “저 닮은 주리에 애정 많이 갔어요”

입력 2020-08-13 14:34 수정 2020-08-13 14:37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배우 박규영. 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박신우 PD는 지난해 초 방영된 ‘로맨스는 별책부록’의 신입 편집자 지율을 눈 여겨봤다. 통통 튀면서도 때로 진지한 모습에 반해서였다. 재벌가 외동딸로 자라 세상 물정 모르던 지율은 책 한 권에 담긴 편집자들의 헌신을 눈으로 보게 되면서부터 자신만의 꿈을 꾸기 시작한다. 부딪치고 배우면서 꿈을 찾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배우 박규영과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간호사 남주리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1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박규영은 “감독님께서 제 연기를 믿고 좋아해 주셨다”며 “주리는 가장 현실적이라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리를 일상과 연기의 괴리 없이 잘 살려줄 것 같다는 감독님 말씀에 감사했다”고 떠올렸다.

“제가 생각보다 여리고 상처를 잘 받는 편이다 보니 사람들을 대할 때도 조심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주리의 사회생활과 비슷한 면이 있었죠. 제 안에 있는 주리를 조금 더 늘려 표현했어요.”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삶의 무게에 짓눌려 사랑을 거부하는 정신병동 보호사 강태(김수현)와 트라우마로 사랑을 모르는 동화 작가 문영(서예지)의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주리는 괜찮은 정신병원의 7년 차 간호사 역을 맡았다. 일은 프로페셔널하지만 짝사랑하는 강태(김수현) 앞에서는 한없이 서툴다.

그래서 강태와 로맨스 라인을 이루는 문영(서예지)과는 처음엔 대립각을 세우기도 하지만 점차 마음을 열고 우정을 쌓게 된다. 박규영은 자칫 평면적일 수 있는 주리라는 캐릭터에 자신을 입혀 보다 입체적인 인물로 만들어냈다.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도 모두 마음의 병을 앓고 있기에 서로에겐 위로가 필요하다는 극의 주제의식이 주리라는 캐릭터에 녹아든 이유다.

“힘든 일이 있어도 내색을 하지 않는 인물이지만 짜증을 낼 땐 확실하게 내고 싶었어요. 모두가 기쁨과 슬픔 같은 다양한 페르소나를 가지고 살아가잖아요. 그래야 더 현실적인 인물로 보일 수 있을 것 같았죠.”

주리를 연기하기 전 정신병원을 견학하면서 실제 병동의 분위기와 환자들을 대하는 방법을 익혔다. 병원에서 일하는 주변 지인들에게도 자문을 구하기 위해 연락을 돌렸다. 시안에 나와 있는 주리의 스타일링도 더 담백하고 단정하게 다듬었다. 바짝 짧게 다듬은 단발머리가 대표적이다. 수수한 평소 모습과는 사랑스러운 술주정 연기는 온라인상에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는 술을 잘 못 해요.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는 스타일이죠. 열심히 해보자 했는데 너무 큰 사랑을 받았어요.”

현장에서는 김수현이 큰 힘이 돼줬다. “극 초반에는 특히 김수현 선배님과 호흡을 맞추는 연기 장면이 많았어요. 대 선배님이셔서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몰랐는데 먼저 다가와 주시고 장면도 적극적으로 말씀해 주셔서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사실 모든 선배님이 정말 좋았습니다(웃음).”

연세대 재학 중 대학 잡지 표지모델을 하게 된 박규영에게 JYP엔터테인먼트가 러브콜을 보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우연히 다가온 연기는 그에게 운명이 됐다. 박규영은 “글로 된 텍스트를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무궁무진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재밌다”며 “새 작품을 만날 때마다 배움의 시야도 넓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도 학교에 재학 중인 박규영은 마지막 학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 촬영 때도 잠을 줄여가며 15학점을 들었을 만큼 내로라하는 노력파이기도 하다. 가장 돋보이는 건 영민함이다. 차기작은 넷플릭스 ‘스위트홈’. 은둔형 외톨이 고등학생 현수가 가족을 잃고 이사 간 아파트에서 겪는 기괴한 일들을 그린 이 작품에서 그는 또 한 번 색다른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청순하고 감정적으로 절제된 캐릭터 주리와는 반대의 매력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콕 집어 말하자면 보이시하고 걸크러시한 매력이 있는 인물이죠. 스케치북의 하얀 종이처럼 늘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