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민주당 유사전체주의, 위기일수록 더 극렬해질 것”

입력 2020-08-13 13:12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지난달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최인아책방에서 '한국사회를 말한다 : 이념·세대·문화의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당내 피드백 시스템이 망가졌다”며 “대통령 지지율이 당 지지율 아래로 떨어져도 변화하기 힘들 것 같다”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1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미래통합당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을 역전한 여론조사를 공유하며 “친문 강성 완장파가 당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고, 이들이 친문 강성 지지자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 나머지 의원들은 소신 없이 이들의 눈치만 보는 관료주의 체제 하에 공무원 같은 존재로 전락했다”며 “당내 자기비판, 피드백 시스템이 망가졌다”고 진단했다.

진 전 교수는 이어 “그나마 쓴소리하던 사람들도 출마 후엔 죄다 말을 바꿔 똑같은 존재로 전락했다. 쓴소리하는 사람들은 지지자들이 단체로 달려들어 ‘토착왜구’로 낙인찍어 ‘양념질’을 해댄다. 할 말이 있어도 감히 입을 못 여는 분위기”라며 “지금이야 그나마 이 정도 얘기하는데, 몇 달 전만 해도 분위기 정말 무서웠다. 페이스북에 ‘좋아요’ 누르는 것도 눈치를 봐야 했다”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진보 지식인들에게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밖에서 쓴소리라도 해줄 수 있는 사람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지식인이라는 자들이 다들 어느새 한 자리 차고 앉아 있거나, 그렇게 한 자리 차지한 인간들과 지저분한 유착관계를 맺고 있어 그 짓을 옹호해주고 있다”며 “진위와 선악의 문제를 전쟁의 승패의 문제로 환원시켜서 저 짓을 하는데 옆에서 엄호사격이나 해주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진로의 수정도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리얼미터 캡쳐

진 전 교수는 “차기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을 혁신하는 것도 어려워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새누리당이 친박공천으로 망했다. (민주당은) 친문일색으로 그 길을 따라가고 있다”며 “대통령 지지율이 당 지지율 아래로 떨어져야 변하려고 하겠나. 요즘 민주당의 행태를 보면, 그것도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 이미 당의 체질이 유사전체주의로 변한 터라, 위기에 처하면 처할수록 더 극렬해질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진 전 교수는 당내 혁신 세력의 부재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그는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위기상황에서 친문과 대적해 당의 혁신에 나설 세력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며 “새누리당은 ‘친이’라도 존재했지만, 민주당에는 친문 외에는 세력이 없다. 대선주자들마저도 친문에게 눈도장 받느라 아부하기 바쁘다. 차기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을 혁신하는 것도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tbs 교통방송 의뢰로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507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미래통합당 지지율이 36.5%, 더불어민주당은 지지율은 33.4%를 기록했다”고 13일 밝혔다. 보수계열 정당이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진보계열 정당을 누른 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이후 약 4년 만이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