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에 프로축구 K리그 최고(最古)의 더비가 열린다. 현 리그 선두 울산 현대와 4위 포항 스틸러스의 166번째 ‘동해안 더비’다. 다소 일방적이었던 올해 첫 만남과 달리 포항이 설욕에 성공할지, 혹은 울산이 다시 포항을 꺾고 리그 선두 자리를 지켜낼지가 관심사다.
울산은 15일 포항을 홈구장 울산문수축구경기장으로 불러들여 하나원큐 K리그1 16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3연승 중인 2위 전북 현대로부터 승점 1점 차로 추격받고 있는 울산은 우승을 위해 승점 하나하나가 중요하다. 반면 포항은 지난 6월 현충일에 홈에서 자존심 상하는 0대 4 패배를 당한 터라 설욕을 벼르고 있다. 이번 경기는 포항이 상주 상무를 제치고 3위로 도약할 기회이기도 하다. 지난번과 달리 관중들 앞에서 열린다는 점도 변수다.
객관적 전력에서는 국가대표급 선수단을 구성한 울산이 앞선다. 그러나 승패를 쉽게 예상할 수 없는 건 둘 사이의 전적 때문이다. 울산은 지난해 리그 최종전이었던 포항과의 경기에서 극적으로 패해 우승을 전북에 내줬다. 이미 2013년에도 포항과 리그 우승을 두고 맞붙었다가 추가시간 결승골을 얻어맞으며 우승에 실패했다. 울산에게 있어 중요한 길목마다 포항이 재를 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울산의 공격에 방점을 찍는 건 ‘골무원’ 주니오다. 주니오는 현재 18골로 리그 득점 선두다. 포항의 ‘일류 공격수’ 일류첸코가 뒤를 쫓고 있지만 10골로 격차가 2배 가까이 난다. 화려한 드리블러도, 압도적인 거구도 아니지만 순간 전방으로 쇄도하며 상대 수비 빈틈을 노리는 능력과 결정력이 단연 최고다. ‘회춘’했다는 소리를 듣는 올 시즌에는 5월과 지난달 두 번에 걸쳐 이달의 선수상을 받았다. K리그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우승에 도전하는 울산과 전북만큼은 아니지만 포항의 전력도 만만치 않다. 올 시즌 포항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건 두 팀 외에는 리그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대구 FC와 상주 정도뿐이다. 포항만의 색깔을 낸 ‘스틸타카’는 2년 차를 맞은 김기동 감독의 지휘로 더 빛을 발하고 있다. 최근 3경기에서 최하위 인천 유나이티드, 승격팀 광주 FC에 무승부를 거둔 게 속이 쓰린 상태다. 울산을 잡는다면 이런 찝찝함도 한 번에 없앨 수 있다.
같은 날 울산과 선두 경쟁 중인 전북은 수원월드컵경기장으로 원정을 떠난다. 수원의 순위는 11위로 강등을 걱정해야 하는 상태지만 지난 라운드에서 울산의 파상공세를 틀어막으며 발목을 잡은 바 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전북에 입단한 뒤 경기마다 날카로움을 뽐내고 있는 새 외국인 선수 구스타보와 바로우가 수원이 자랑하는 ‘벽’ 헨리를 뚫어낼 수 있을지가 결국 관건이다. 헨리는 올 시즌 수원이 부진한 순위에도 불구, 리그 최소실점 4위로 버티고 있는 원동력이다.
전날인 14일에는 성남 FC가 부산 아이파크를 불러들여 홈 첫 승리를 노린다. 성남은 올 시즌 리그 6위로 선전하고 있지만 정작 홈구장 탄천종합운동장에서는 이긴 적이 없다. 대표팀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의 신임을 받았던 공격수 나상호가 지난 인천과의 원정 경기에서 리그 복귀골을 포함해 2골을 쏟아부으며 절정의 몸 상태를 과시한 바 있다. 부산은 지난달 26일 대구전부터 내리 3연패를 당하는 중이라 반전이 필요하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