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 기안84가 여성 혐오 논란에 휩싸이자 그의 방송 하차를 요구하는 글이 빗발치고 있다.
MBC 예능프로그램 ‘나혼자 산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13일 오전 10시 기준 약 1500개의 항의글이 게시된 상태다. 대부분 고정 출연 중인 기안84를 하차시켜 달라는 내용이다.
한 시청자는 “기안84가 여성을 어떤 존재로 보는지 이번 사건으로 잘 알게 됐다. 혐오스럽고 그만 보고 싶다”며 “불평등하고 음습한 성인식을 퍼뜨리는 만화를 그리는 사람을 왜 계속 공영방송에 내보내느냐”고 지적했다.
또 “한번은 실수라고 해도 여러 번 논란을 일으키는 건 이해할 수 없다” “더 이상 캐릭터라는 이유로 감싸주지 말라” “어떤 창작물도 인권 위에 있을 수는 없다” “PD는 왜자꾸 기안84를 방송 출연자로 쓰느냐”는 글도 이어졌다.
이번 논란은 지난 11일 네이버 웹툰에 공개된 기안84의 연재작 ‘복학왕’ 304화에서 시작됐다. 문제는 기안그룹 인턴인 여자주인공 봉지은이 회식 자리에서 배 위에 얹은 조개를 깨부수는 장면이다.
이어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학벌이나 스펙, 노력 같은 레벨의 것이 아닌...그녀의 세포 자체가 업무를 원하고 있었다”는 문장이 나오고, 바로 아래 ‘봉지은, 기안그룹 최종 합격’이라는 설명이 등장한다. 그다음 봉지은이 40대 남자 팀장과 교제하게 됐다는 설정까지 만들어진다.
일부 독자들은 이를 두고 봉지은이 남자 상사와 부적절한 성관계를 가진 뒤 합격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고 주장했다. “봉지은이 윗선이랑 사귄 덕에 능력 없어도 대기업에 입사한다는 게 결론이냐” “결국 봉지은은 몸 팔아서 정사원 된 거냐” “조개 깨는 장면 의미를 적어둔 댓글이 다 사라졌다” 등의 댓글이 쏟아졌고 모두 베스트댓글 목록에 올랐다.
공분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으로도 옮겨져 12일 ‘*** 웹툰 연재 중지를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자는 “여주인공이 20살이나 많은 대기업 팀장과 성관계를 해 입사한다는 말도 안 되는 내용을 희화화하며 그린 장면”이라며 “이 작가는 이름도 꽤 알려졌고 네이버 웹툰 상위권을 차지할 만큼 인기 있어 다양한 연령대의 독자가 봤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이 회차 해당 장면은 여주인공이 조개 대신 대게 껍데기를 부수는 장면으로 수정돼 있다. 네이버 웹툰 서비스 담당자는 ‘작가의 말’을 통해 “작품으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 현재 작가님이 수정해주신 원고로 수정 반영되었다”며 “향후 작품에서 다뤄지는 다양한 사안들에 대해 작가님과 함께 더욱 주의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