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보란듯…‘양국론’ 리덩후이 조문한 美장관

입력 2020-08-12 18:27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장관이 12일 대만 타이완에서 리덩후이 전 총통의 분향소를 찾아 허리를 숙여 조문하고 있다. AP뉴시스

대만을 방문 중인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장관이 12일 대만의 첫 직선 총통이자 대만 독립을 주장했던 리덩후이의 분향소를 찾았다. 미 정부 최고위급 인사가 중국과 대만을 국가 대 국가 관계로 보는 ‘양국론’을 주장했던 리 전 총통을 조문한 것이다. 중국은 에이자 장관의 대만 방문 자체를 ‘도발’로 여기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에이자 장관은 3박 4일 방문 일정의 마지막인 이날 리 전 총통의 분향소를 방문해 방명록에 “리 총통의 민주적 유산은 미국과 대만의 관계를 진전시킬 것”이라고 적었다. 에이자 장관은 영정 앞에 헌화하고 허리를 숙여 절했다. 리 전 총통은 지난달 30일 97세 나이로 별세했다.

대만을 방문 중인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장관이 12일 타이베이에 있는 리덩후이 전 총통 분향소를 찾아 조문사를 적고 있다. AP뉴시스

리 전 총통은 대만의 첫 직선 총통이자 대만 출신 총통이다. 대만 독립론자인 현 차이잉원 총통을 정계로 이끈 사람도 리 전 총통이다. 그는 재임 시절 당시 학자였던 차이 총통에게 양안 관계 재정립 프로젝트를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이런 그를 ‘대만 분리주의의 수괴’라고 비난했다. 리 전 총통의 장례식에 조문단을 보내는 것 자체가 중국의 반발을 감수해야 하는 일로 여겨졌을 정도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고 대만과 단교했다. 이후 미국과 대만 정부 사이의 고위급 교류는 거의 없었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은 대만과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대중 압박의 일환이다. 에이자 장관은 1979년 이후 대만을 방문한 미 정부의 최고위급 인사다.

하나의 중국 원칙은 미·중 관계의 기초다. 이 때문에 에이자 장관의 미국 방문은 대중 전략의 중대한 전환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에이자 장관의 대만 방문에 강력 항의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에이자 장관이 차이 총통과 회담한 지난 10일 정례브리핑에서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라며 “중국은 일관되게 미국과 대만의 관급 교류를 반대해왔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