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지시 끝나기 무섭게…환경부 “4대강 보, 홍수예방 효과없다”

입력 2020-08-12 17:23 수정 2020-08-12 17:28
지난 폭우로 붕괴된 전북 남원시 금지면 일대의 섬진강 둑을 응급 복구하는 작업이 11일 중장비가 동원돼 진행되고 있다. 연합.

환경부가 4대강 보의 홍수 예방 효과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오히려 보를 해체하면 홍수 조절 능력이 개선된다면서 야권에서 제기한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등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환경부는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4대강 사업 관련 홍수조절 효과’에 대한 브리핑을 열고, 최근 야권 등에서 꺼낸 “4대강 사업을 하지 않아 섬진강에 물난리가 났다”는 취지의 주장을 일축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섬진강이 4대강 사업에서 빠져 홍수 피해가 심해진 게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 “이번 장마로 인해 섬진강 상류(임실)는 50년 빈도 강우가 발생했지만, 섬진강 하류(남원)는 500년 빈도 규모의 강우 발생으로 하천 계획빈도 이상의 강우가 초과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섬진강이 100년 한 번 내리는 폭우에 견딜 수 있는 수준인 ‘100년 빈도’로 설계됐는데, 이번 폭우는 5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규모의 강우라는 의미다. 애당초 폭우를 담을 수 있는 그릇 자체가 작았다는 설명이다.

환경부는 4대강 사업 이전에도 4대강 본류 구간에는 홍수피해가 거의 없었다고 소개했다. 따라서 4대강 사업을 하지 않았다면 홍수 피해가 훨씬 컸을 것이란 주장은 전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 홍수피해는 대부분 지류에서 발생했다”며 “4대강 사업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홍수피해가 훨씬 커졌을 것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재오 전 새누리당 의원이 최근 한 말까지 직접 언급하며 그의 주장을 일축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 비에 4대강 16개 보 설치를 안 했으면 나라의 절반이 물에 잠겼을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면서 “2018년 7월 실시한 4대강 보의 홍수조절 능력 검토 결과, 보 설치로 인해 하천 제방의 치수안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2014년(국무조정실)과 2018년(감사원)에서 이미 4대강 보의 홍수 조절 능력을 검토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수행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상황이나 조건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조실·감사원에서 수행한 4대강 보의 영향 검토는 실제 홍수 때 측정한 자료로 검토한 것이 아니라 가상 홍수를 모의해 계산한 결과”라며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 따른 실증분석은 이번 홍수에 대한 보의 운영결과와 상·하류 수위측정자료 등에 기반을 둬 실제 홍수 상황에서 보의 영향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