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 찾고파” ‘이춘재 8차사건’ 누명 쓴 윤성여씨, 얼굴 공개한다

입력 2020-08-12 16:04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재심 청구인인 윤성여씨. 연합뉴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재심 청구인인 윤성여씨가 12일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얼굴과 실명을 공개한다. 그는 “내 명예를 되찾고, 잘못된 시대를 바로잡고 싶다”며 출연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KBS 1TV는 이날 오후 10시50분 방송되는 시사 프로그램 ‘더 라이브’에 윤씨가 출연한다고 예고했다. 그가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고 TV에 출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씨는 1988년 9월 경기 화성에서 당시 13살이던 박모양이 살해된 이른바 ‘화성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약 20년간 옥살이를 했다. 경찰은 지난해 미제사건을 재조사하던 중 화성 연쇄살인 사건 증거물에서 이미 수감돼 있던 이춘재의 DNA를 발견했고, 이춘재는 범행을 자백하는 과정에서 8차 사건 역시 자신의 짓이었다고 털어놨다.

수십년 뒤에야 누명을 벗게 된 윤씨는 당시 조사과정에서 경찰관들로부터 불법체포, 불법감금, 가혹수사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최근 재심을 청구했다. 윤씨는 수사를 받는 동안 제대로 된 식사는 물론이고, 계속되는 폭행에 잠도 잘 수 없어 결국 허위 자백을 했다고 주장했다.

윤씨는 11일에 열린 재심 4차 공판에 당시 수사를 했던 경찰관 중 한 명인 A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며 “31년 만에 재판장에서 만난 형사가 사과했지만 나는 100% 사과했다고 믿지 않는다. 모른다는 부분이 너무 많다”며 “자기는 기억이 없다고 하니 더 할 말이 없더라”고 말했다.

다시는 이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실명과 얼굴을 공개했다는 윤씨는 “30년 전 사건이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친 것”이라며 “명예를 되찾고 전과자라는 오인을 벗고 싶다. 그리고 잘못된 시대를 바로잡고 싶다”고 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