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장관이 왜 HMM 영업실적을 발표하지?

입력 2020-08-12 16:00 수정 2020-08-12 17:24
세계 3대 디 얼라이언스 가입과 유럽 항로 투입 등 성과
해수부, 국적 선사 간 협력 유도 방침


국적 해운사인 HMM(옛 현대상선)이 5년여 만에 흑자를 기록했다. 한진해운 사태 이전인 2015년 1분기 이후 20분기 연속 적자만 기록하다 21분기 만에 흑자가 나온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적으로 해운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국내 해운업계에 모처럼 만에 단비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은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HMM이 올해 2분기 138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전체 영업이익은 1366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3552억원이나 개선됐다.

문 장관은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지난해보다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개선된 것은 고효율·저비용 구조로 선단을 전환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HMM은 지난 4월부터 세계 3대 얼라이언스(해운사 동맹) 중 하나인 ‘디 얼라이언스’에 가입했다. 또 올해부터 세계 최대 2만4000TEU(컨테이너 물동량을 나타내는 지표)급 컨테이너선 12척을 유럽 항로에 투입했다.

문 장관은 다만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됐다고 HMM의 경영이 정상화됐다고 볼 수는 없다”며 “이를 마중물 삼아 한국 국적 원양선사의 국제적 경쟁력을 높이는 데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해수부는 HMM의 흑자 전환이 일시적 반등이 아닌 안정적 구조로 전환되게끔 2022년 당기순이익 전환을 이뤄내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실적 모니터링 및 상시평가를 위한 과학적 의사결정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현재 59만 TEU 수준인 원양 컨테이너 선복량(선박이 가진 운송량)을 2022년까지 100만 TEU로 확대하고 아메리카 대륙 동남부 해안, 남미, 중동 등으로 노선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문 장관이 민간 기업인 HMM의 영업이익을 직접 발표하고 나선 것은 국가 기간산업인 해운산업을 재건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드러내기 위한 취지라고 해수부는 설명했다. 문 장관은 이날로 반환점을 맞은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전반기 성과도 자세히 소개했다. 해수부에 따르면 2016년 한진해운 사태 직후 29조원으로 떨어졌던 국내 해운사 매출액은 지난해 37조원으로, 한진 사태 이전이었던 2015년 매출(39조원)을 거의 회복했다. 원양 컨테이너 선복량도 65만TEU로 한진 사태 직후 46만TEU보다 2분의 3가량 증가했다.


해수부는 HMM 외에도 국적 해운사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적 선사 간 협력을 적극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국적 해운사 협력체인 ‘K-얼라이언스’ 구성부터 공동운항법인 설립, 전문 영업법인 설립, 자율적인 인수·합병 등을 유도하기 위해 동참하는 선사에게 선박금융 저리 지원, 컨테이너 및 운전자금 지원 등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