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조롱하는 표현인 ‘노무’를 썼다가 극우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논란’에 휩싸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직접 의혹을 해명했다.
진 전 교수는 12일 페이스북에 “풉. 뭘 이런 걸 가지고 논쟁을 하나”라면서 “일베 애들만 쓰는 독특한 표현이 보이길래 ‘너 일베구나’라는 뜻으로 따옴표 붙여 인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진 전 교수는 지난 9일 페이스북에서 한 네티즌과 답글을 주고받던 중 ‘노무’라는 표현을 사용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나보고 이제 색깔을 분명히 하란다. 제 색깔은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갯빛이다.그 누구도 차별함 없이 다양한 생각과 의견들이 투닥투닥 거리면서 평화롭게 공존하는 사회의 색깔”이라고 썼다. 전날 문 대통령을 두고 “크게 세 번 뜨악했던 적이 있다”고 한 데 대한 여권의 비판에 반박한 글이었다.
해당 글에 한 네티즌 A씨는 “맞다. 그래서 저도 세월호 관련해서 무적권(무조건) 미통당 사과하라는 진교수님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고 투닥투닥 거리면서 진 교수님 의견에 반대하고 있다. 이게 노무 평화롭고 좋습니다 이게 바로 사회다 이기야”라고 댓글을 달았다.
이에 진 전 교수는 “무적권이 아니라 ‘무조건’”이라며 맞춤법을 지적했다. 그러자 A씨는 “나이가 있으셔서 그런지 또 이런 드립에서는 약하시네”라고 받아쳤다. 온라인 유행에 따라 고의적으로 맞춤법을 어겼다는 것이다.
그러자 진 전 교수는 “문재인 정권도 사과 안 하잖아요. ‘노무’ 평화롭고 좋죠?”라고 받아쳤다. A씨가 사용했던 ‘노무’라는 표현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것으로 보인다. ‘노무’는 ‘너무’라는 부사를 노 전 대통령의 이름 앞 두 글자로 바꾼 것으로, 일베에서 주로 노 전 대통령을 조롱할 때 쓰인다.
온라인상에서는 A씨와의 앞선 대화는 배제한 채 ‘노무’라는 표현이 등장한 댓글만 캡처돼 퍼 날라지며 논란이 확산됐다. 진 전 교수는 “‘대중의 오해를 허용한다’는 게 내 철학이니 그냥 내버려둬도 될 듯하다”며 “게다가 저건 의도적 오해인데 그걸 어떻게 말리나”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평소 상대방의 표현이나 문체, 논리를 차용해 비판하는 ‘미러링’(mirroring·거울처럼 따라 함) 방식을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