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고 시험부정’ 쌍둥이 집유…“공교육 신뢰 무너뜨려”

입력 2020-08-12 15:40

‘숙명여고 시험답안 유출’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쌍둥이 자매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렸다”고 질타했지만 미성년자인 점을 감안해 중형을 선고하진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송승훈 부장판사는 12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현모 쌍둥이 자매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240시간을 명령했다. 자매는 숙명여고 교무부장이었던 아버지 현모씨가 2017년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이듬해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다섯 차례 빼돌린 답안을 보고 시험에 응시해 학사관리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현씨는 같은 혐의로 지난 3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확정 받았다.

재판부는 쌍둥이 자매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사회적 관심이 높고 어느 시험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치러져야할 고등학교 시험에 있어 공정한 경쟁 기회를 박탈했다”며 “공교육에 대한 다수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려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자매는 문제를 유출한 직접적 증거는 없다고 항변해왔다. 그러나 송 부장판사는 중위권이던 자매의 내신성적이 불과 1년 만에 각각 자연·인문계 1등으로 올라섰고, 내신 성적과 전국 단위 모의고사 성적은 크게 차이가 난 간접 정황 등을 종합해 “아버지 현씨와 공모해 위계로 숙명여고 학업성적 관리 업무를 방해한 점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자매는 선고 직전 ‘우연히 시험문제를 알게 돼 미리 해답을 암기한 경우, 답안지에 기입해선 안 된다고 기대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재판부에 냈다. 그러나 송 부장판사는 “이 사건과는 사안이 달라 적용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송 부장판사는 자매가 범행 당시 만 15~16세의 소년범이었던 점을 감안해 중형을 선고하진 않았다. 그는 “피고인들은 현재도 인격이 형성돼 가는 과정에 있다”며 “아버지가 3년의 무거운 징역이 확정돼 복역 중이고, 피고인들이 퇴학 처분된 점 등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