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폭우에 북한 지도부 비상…서열 3위 박봉주 황해북도 급파

입력 2020-08-12 15:29
북한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이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수해 현장을 찾아 조속한 복구를 지시했다고 12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기록적인 폭우가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북한 지도부가 초비상에 걸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이어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권력서열 3위)도 연일 수해 현장을 찾아 복구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하지만 100㎜ 이상의 큰 비가 또 내릴 것으로 예보돼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북한을 지원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수해현장에 직접 방문한 뒤 전시 등 유사시 사용하기 위해 비축한 전략물자와 식량을 풀어 수재민 지원에 쓰도록 지시했다고 7일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운전석에서 내려 주민들에게 웃으며 다가가고 있다.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은 12일 박 부위원장이 황해북도 은파군을 방문해 수해 복구 실태를 점검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김 위원장이 지난 6~7일 이곳을 직접 찾아 수해 현장을 둘러본 뒤 자기 명의로 돼 있는 전략식량을 주민들에게 공급하라고 지시했었다.

박 부위원장은 “최고영도자 동지께서 피해지역 인민들을 두고 한시도 마음 놓지 못하고 계신다”며 “당 조직들과 일꾼(간부)들이 큰물(홍수) 피해를 하루빨리 가시며 주민 생활을 안착시키기 위한 사업에 총력을 다해 달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수해현장에 직접 방문한 뒤 전시 등 유사시 사용하기 위해 비축한 전략물자와 식량을 풀어 수재민 지원에 쓰도록 지시했다고 7일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은 이번 폭우로 상당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은파군의 경우 제방이 붕괴돼 논 600여 정보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여의도 2배 면적의 농경지가 물에 잠긴 셈이다. 특히 북한의 주요 곡창지대인 황해도와 평안도에 피해가 집중돼 식량난을 가져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3~14일 평안도 등지에 100㎜ 이상의 큰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돼 추가 피해가 불가피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수해현장에 직접 방문한 뒤 전시 등 유사시 사용하기 위해 비축한 전략물자와 식량을 풀어 수재민 지원에 쓰도록 지시했다고 7일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최근 내린 비로 물에 잠긴 황해북도의 논밭 모습. 연합뉴스

국제사회도 북한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한반도 역시 폭우를 경험하고 있다”며 “유엔 팀은 요청을 받고 필요할 경우 가장 취약한 지역 사회들에 대한 북한의 대응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에서는 이달 들어 이례적으로 많은 비가 내려 홍수를 일으켰다”며 “유엔 팀은 (북한) 당국과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과 캐나다 정부도 북한의 수해 대응에 지원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방송이 전했다.

우리 정부도 대북 수해 지원을 다각도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11일 대북 수해 지원과 관련해 “정부는 인도적 사안에 대해서는 정치·군사적 상황과 무관하게 진행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대북 수해 지원이 이뤄진다면 10년 만의 지원이다. 2010년 당시 이명박정부가 쌀과 컵라면, 시멘트 등 72억원 상당의 수해 물품을 북한에 전달했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