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풀 잡은 마지막 모습, 가슴 미어졌다” 오열한 동료들

입력 2020-08-1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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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천후 속에서 누구보다 멋지고 건강했던 선배님이셨는데, 작은 액자 속에서 바라만 보고 계시니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픕니다. 선배님… 그런 선배님을 데려간 하늘이 원망스러울 따름입니다.”

춘천 의암호 선박 전복사고로 순직한 고(故)이종우(55) 경감의 영결식이 12일 호반체육관에서 강원경찰청 장으로 엄수됐다.

현장에는 그를 목놓아 부르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유가족들과 동료 200여명은 고개를 떨군 채 오열했다. 이날 영결식은 고인에 대한 묵념과 약력 보고, 조사, 고별사, 헌화 및 분향 등 순서로 진행됐다.

김규현 강원경찰청장은 조사에서 “사고 당일에도 몸에 밴 희생정신으로 폭우로 인한 거센 물살 속에서 주민의 안전을 먼저 걱정했던 의로운 경찰관이셨다”며 “당신께서 마지막 순간까지 보여주셨던 열정과 용기, 희생과 헌신을 마음속에 잊지 않고 간직하겠다”고 애도했다.

고별사는 이 경감과 동고동락한 춘천경찰서 서부지구대 김희석 경사가 낭독했다. 김 경사는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마지막까지 수풀을 잡고 계셨다는 소식에 얼마나 가슴이 미어졌는지 모른다”며 “걱정하는 가족들과 동료들로부터 멀리 가지 않으시려고 그리하셨을 거라 생각한다”고 읽어나갔다. 또 “차가운 물 속에서 얼마나 무섭고 힘드셨습니까. 하루라도 더 빨리 찾아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무뎌지겠지만 우리 동료들은 결코 선배님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약속했다.

강원 춘천 의암호 선박 전복사고로 순직한 고(故) 이종우(55) 경감의 영결식이 12일 오전 춘천시 호반체육관에서 열렸다. 영결식이 끝난 뒤 운구차가 동료들의 경례를 받으며 국립서울현충원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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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이 경위를 경감으로 1계급 특진 추서했다. 이 경감은 국립서울현충원 경찰묘역에 안장된다. 이 경감은 1998년부터 소양강과 의암호 등지에서 경찰 순찰정 승선 업무를 시작했다. 잔뼈가 굵은 베테랑으로 동료에게 신망이 두터우면서도 선박 운영에 관해서는 원칙주의자였다. 그는 경찰 순찰정 업무를 전문적으로 하기 위해 해기사(소형선박 조종사) 면허까지 취득했다.

그는 관내 순찰정을 몰 수 있는 자격증을 가진 몇 안 되는 경찰관이었다. 이 경감은 7∼8년 전부터 줄곧 소양강과 의암호를 오가면서 경찰 순찰정장 임무를 수행했다. 휴무인 수요일마다 선장이나 주변 상인들과 점심을 자주 먹을 정도로 허물없이 지냈다. 주변인들도 그를 매우 좋아했다고 한다.

앞서 그는 지난 6일 오전 춘천시 서면 의암호에서 인공 수초섬이 떠내려간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전복 사고로 실종됐다. 이틀 뒤 춘천시 서면 덕두원리 등선폭포에서 상류로 2㎞ 떨어진 한 사찰 앞 북한강 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지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