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범’ 역할 무죄에 용기냈다… 법정 서기로 한 피해자

입력 2020-08-12 15:08
게티이미지뱅크

랜덤 채팅을 하던 두 남성의 ‘강간 상황극’으로 영문 모른 채 범행 대상이 됐던 피해 여성이 직접 법정에 서서 증언하기로 했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이준명)는 12일 주거침입강간 교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A씨(29)와 불구속기소 된 B씨(39)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A씨는 거짓말로 성폭행이 이뤄지게 유도한 남성이며, B씨는 ‘강간범’ 역할로 실제 성폭행을 했던 남성이다.

피해자 변호인은 이날 재판부에 “피해자가 법정에 출석해 피해 사실을 호소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피해자는 사건 이후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큰 충격에 시달려왔다. 그러나 앞선 1심에서 B씨가 무죄를 선고받은 것에 항변하기 위해 용기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권은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며 피해자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증인 신문은 다음 달 9일 오후 비공개로 이뤄진다.

앞서 A씨는 지난해 8월 랜덤 채팅 애플리케이션에서 ‘35세 여성’이라는 가짜 프로필을 설정한 뒤 “강간당하고 싶다. 만나서 상황극 할 남성을 찾는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를 보고 연락해온 B씨에게 피해자의 원룸 주소를 알려주고 그곳을 찾아 범행 장면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A씨가 알려준 집을 찾아 강제로 침입했고 피해자를 성폭행했다. A씨와 B씨 그리고 피해자는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였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와 5년간 신상정보공개,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에 10년간 취업제한 등을 명령했다. 그러나 B씨에게는 “A씨의 속임수에 넘어가 강간 도구로만 이용됐을 뿐 범죄 의도는 없었다”며 이례적인 무죄 판결을 내렸다.

김유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