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호우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충북 제천에 영화인들과 단체장들이 대거 참석하는 제16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식이 강행돼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영화제 조직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제16회 영화제는 온라인으로 열리게 됐지만 개막식은 예정대로 오는 13일 오후 6시30분 제천시문화예술회관에서 개최된다.
개막식은 배우 진구와 공승연의 사회로 영화인을 비롯해 이상천 제천시장, 배동만 제천시의장 등 150여명이 참석한다. 영화제 홍보대사로 위촉된 배우 박보영과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임동혁도 자리를 빛낸다. 충북도와 유관기관 등의 초대는 악화된 지역여론을 감안해 부득이하게 취소됐다.
임동혁의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개막식은 개막선언, 국제경쟁부문 심사위원 소개, 특별공연, 홍보대사 무대인사, 개막작 공연, 개막작 상영 등으로 진행된다.
조직위 관계자는 “개막식은 사회적인 분위기를 감안해 축하와 화려함이 아닌 위로과 극복의 메시지를 드리는 톤앤매너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매년 개막식 후 마련되는 개막 파티는 올해 진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충북도 관계자 역시 “매년 이시종 지사가 아시아 유일의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참석해 자리를 빛냈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며 “집중 호우로 인한 피해지역의 복구와 안전 관리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수해복구가 한창인데 배우와 영화인, 일부 단체장 등이 참석하는 영화제 개막식 개최에 대한 지역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기록적인 폭우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제천에서 영화제 개막식 개최는 결코 환영받을 수 없다”며 “아무리 미리 예정된 행사라도 양보하고 조정해서 현명한 판단을 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제천의 한 시민도 “영화인과 단체장이 수해복구에 도움을 주지 못할망정 영화제 개막을 축하하는 자리는 취소돼야한다”며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영화인과 주민의 고충을 보듬어야 할 단체장들은 수해복구에 좀더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1일부터 집중호우를 동반한 장마가 이어지면서 제천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다. 제천의 피해규모는 434억원에 달하고 인명피해는 사망 1명이다. 주택 침수와 매몰 등으로 인한 이재민은 192가구 365명이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