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한분당 年30만원, 믿을 수가 없어” ‘나눔의집’ 실태 폭로

입력 2020-08-12 11:45
2018년 5월 경기 광주 퇴촌면 나눔의집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효 잔치'에서 할머니들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뉴시스

송기춘 나눔의집 민관합동조사단 공동단장이 “부모님이 여기 계신다면 당장 다른 데로 옮겨야 할 정도”라며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후원시설 ‘나눔의집’의 천태만상을 폭로했다.

송 단장은 12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나눔의집 법인이 5년간 받은 후원금 88억원 중 2억원만 할머니들을 위해 썼다’는 조사단 결과를 언급하며 “정확한 건 아니지만 계산을 했을 때 할머니들을 위해서 직접 사용된 돈은 2억 중에서 5년간 800만원이었다. 시설에 있는 할머니들이 5~6명 있다고 생각하면 1년에 30만원을 썼다는 계산이 나왔다. 믿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송 단장은 86억원의 행방에 대해서는 “재단이 모아뒀다”고 밝혔다. 그는 “예금 적금 형태로 관리되고 있는 걸 확인했다”며 “다만 이사회에 나온 걸 보면 100억원 정도 후원금을 모아 호텔식 요양원을 지어서 경쟁력 있게 운영을 하면 어떤가 하는 얘기도 나온다. 2020년 예산안을 보면 국제평화인권센터 건물 건립에 80억을 쓰겠다는 계획도 있었다”고 밝혔다.

송 단장은 이같은 재단의 계획이 후원 목적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이 십시일반으로 할머니들의 증언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후원금을 냈다. 하지만 이 돈이 할머니에게 안 쓰였다”고 지적했다.

2018년 1월 9일 오후 경기 광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 나눔의집에서 이옥선(보은·92세), 이옥선(부산·92세), 박옥선(밀양·95세) 할머니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발표를 시청하고 있다. 뉴시스

송 단장은 나눔의집 관계자들이 할머니들을 학대한 정황도 밝혔다. 그는 “‘할머니 갖다 버린다’ ‘약았다’ 같은 (시설 간병인의) 언행이 있었다. 할머니들이 눈치를 보는 것 같기도 했다. 또 (시설 관계자들이) 할머니들을 방송에 출연시켜서 ‘(나눔의 집이) 잘한 거 많고, 뭐라고 할 것 아니다’라는 얘기를 의도적으로 하게 했다”며 “할머니들을 극진히 모시는 곳이 맞는가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할머니들 재산을 법인직원들이 관리하겠다며 인수증에 사인을 받고 있다는 김대월 학예실장의 말이 맞냐’는 질문에는 “사실이다. 할머니한테 여쭤보니까 ‘사인을 왜 했는지 모르겠다, 뭔지 모르고 그냥 해달라고 해서 해줬다’고 말씀하시더라”라며 “이분들이 가족들까지 찾아가서 할머니들이 장기입소를 하겠다는 서약서를 쓰게 하고 있다. 정말 좋은 곳이면 다른 데로 가라고 해도 안 가신다. 왜 이런 서약서를 쓰도록 요구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설이 존폐위기에 있으니까 이걸 막기 위해서 서약서를 받는 건가 싶다”며 “이런저런 언행을 봤을 때, ‘만약 우리 부모님이 여기 계신다면 당장 다른 데로 옮겨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라고 말했다.

송 단장은 “법인은 후원금을 다른 목적으로 쓰는 걸 알고 있으면서 돈을 내도록 했다. 상습사기다.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 혐의도 있다. 액수가 적지 않기 때문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도 해당하는 것 아니냐는 판단을 하고 있다”며 “시설폐쇄까지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조사단 내용”이라고 밝혔다.

경기도는 민관합동조사단으로부터 최종 조사결과를 받아 세부적으로 검토한 뒤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는 한편 사회복지사업법 등 관계 법령을 위반한 사항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