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힘든데 XX 짜증나네. XX.”
육군 상병으로 복무 중이던 A씨는 2018년 6월 근무지인 국군병원 외래진료실에서 하급자인 일병 이모씨와 대화하던 중 소속대 본부근무대장인 B대위와 행정보급관 C상사를 가리켜 욕설을 했다. B대위와 C상사가 없는 자리였다.
A씨는 B대위를 가리켜 “대장도 우리 일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지 않냐?” “진짜 X같다. XX” 등의 발언을 하고, C상사를 향해선 “왜 맨날 우리한테만 XX이야”라고 말했다. 당시 옆에서 이 대화를 듣고 있던 원사 신모씨는 “너무 심한 거 아니냐”며 A씨를 훈계하고, 보고계통에 A씨 행동을 알렸다.
결국 A씨는 B대위와 C상사를 공개적으로 모욕해 군형법 위반(상관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조항은 상관이 없는 장소라고 해도 공개적으로 상관을 모욕하면 처벌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재판의 쟁점은 A씨 발언이 상관에 대한 모욕이 될 수 있는지 여부였다. 1심은 A씨를 무죄로 판단했다. A씨 발언에 다소 무례하고 저속한 표현이 포함됐지만 상관들을 직접 지칭해 인격 자체에 대한 경멸적인 표현은 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1심은 “A씨는 같은 처지의 일병 이씨와 대화하며 상관들에 대한 불만이나 분노의 감정을 저속하게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며 “상관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표현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2심 판단은 달랐다. 2심은 A씨 발언이 상관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것이라 모욕에 해당한다고 봤다. 특히 2심은 A씨 발언에 대해 “상관의 명령이나 조치가 부당하다거나 불리한 조치라고 욕설한 것이므로 군 조직의 질서 및 통수체계 유지에 반하는 발언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당시 2m 이내 거리에 원사 신씨와 다른 병사가 있던 정황도 감안해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서 미필적으로 나마 상관들을 모욕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도 2심과 같았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A씨의 상고심에서 유죄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상관모욕죄에서의 피해자 특정이나 모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