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싸운다” 홍콩 反中 빈과일보 사주, 하루만에 석방

입력 2020-08-12 09:28 수정 2020-08-12 09:29
세계적인 의류브랜드 지오다노의 창립자이자 반중 언론 빈과일보 사주인 지미 라이가 11일(현지시간)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하 EPA연합뉴스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국 매체인 빈과일보의 사주 지미 라이(黎智英·72)가 11일(현지시간) 보석으로 풀려났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전날 경찰에 체포된 지 하루 만이다.

보석금은 3만7600달러(약 4454만원)다.

라이는 현지시간으로 자정쯤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홍콩 경찰서 밖으로 걸어 나왔다.

경찰서 앞에 모인 지지자 수십명은 빈과일보 신문을 흔들며 “빈과일보를 끝까지 지지하겠다”는 구호를 외쳤다. 그들이 손에 쥔 빈과일보 1면에는 “빈과일보는 끝까지 싸우겠다”는 헤드라인이 선명하게 적혀있었다.

전날 사주인 라이와 그의 두 아들, 임원 4명이 체포되고 모기업 넥스트 디지털에 대해 대대적 압수수색이 벌어지자 홍콩 시민들은 빈과일보를 열렬히 응원했다. 빈과일보는 평상시 10만부의 5배 이상인 50만부 넘게 인쇄됐지만 시내 곳곳의 노점에서 신문이 완판됐다.

라이는 검은 벤츠 승용차를 타고 경찰서를 떠나면서 지지자들을 향해 두 엄지를 올려보였다. 지지자들을 향해 별다른 말을 남기지는 않았다.
몰려든 외신을 향해 라이는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하지만 사안의 무게감을 의식한 듯 아무런 말도 남기지 않았다.

라이의 체포는 새로 도입된 홍콩보안법을 근거로 한 인신구속 사례 가운데 지금까지 가장 주목을 많이 받았다. 일각에선 중국 본토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한 언론에 대한 압박이 시작됐다는 신호로 분석하기도 한다.

앞서 홍콩 경찰의 홍콩보안법 전담 조직인 국가안보처는 10일 오전 홍콩에 위치한 라이의 자택에서 그를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200명이 넘는 홍콩 경찰이 오전에 빈과일보 사옥을 급습해 압수수색을 벌였으며, 최고경영자 청킴훙, 최고재무책임자 차우탓쿤 등 기업 임원들을 체포했다.

홍콩보안법에 따르면 외국 세력과 결탁하거나 국가전복, 국가분열을 주도한 사람에게 최고 종신형이 내려진다.

라이는 소유 매체인 빈과일보가 중국 정부의 홍콩 인권탄압을 규탄할 것을 미국 정부에 호소한 데 대해 외국 세력과 결탁한 혐의를 적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의 두 아들도 함께 체포됐다.

11일 빈과일보를 사려는 시민들이 시내 노점 곳곳에서 장사진을 이뤘다. 이날 빈과일보는 평소 발행량의 5배가 넘는 55만부를 찍었지만 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발행된 빈과일보를 흔드는 라이 지지자들. 이날 빈과일보는 라이의 체포 사진을 1면에 채우고 "빈과일보는 끝까지 싸우겠다"는 헤드라인을 달았다.

큰아들은 빈과일보 모회사인 넥스트디지털의 사무실을 비서대행 서비스 용도로 사용해 토지 임대차 계약 등을 위반했을 수 있다는 친중 진영의 고소로 체포됐다.

라이의 체포와 관련,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라이를 “애국자”라고 칭하며 “홍콩의 가혹한 국가보안법에 따라 지미 라이가 체포됐다는 보도를 접했고 심히 우려스럽다”며 “중국공산당이 홍콩 시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한다는 추가 증거”라고 비판했다.

라이는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Giordano)의 창업주이기도 하다. 1994년 톈안먼 시위 강경 진압의 주역인 리펑 총리를 비판한 바 있으며 2014년에는 홍콩 우산혁명에 직접 참여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